<오래된 새 책>
박균호 지음, 바이북스 펴냄
<오래 된 새 책>은 집안에 있는 책장에 가득한 책을 바라보며 뿌듯한 기분을 느꼈던 사람들은 공감하고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책 수집 이야기이다.
구하고 싶은데 쉽게 구할 수 없는 책, 한 사람의 인생과 맞바꾼 책, 독자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다시 태어난 책 등을 저자는 힘들게 구했던 과정과 그 책에 대한 추억과 감상까지 담았다.
구성은 ‘내 인생에 잊지 못할 그 책’ ‘오래 된 서가를 뒤지다’, ‘그 분의 삶은 향기로웠습니다’ 등 모두 여섯 부분으로 정리했다. 특히 <신영복 옥중사색-엽서> <이윤기-하늘의 문> <소월시목판화집-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사진집-윤미네 집> 등 헌책방 마니아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책의 표지를 실어 보는 재미와 의미를 더했다.
“단순히 책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책과 독서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를 꿈꾼다”는 그는 “좋은 책을 절판시키는 것도, 절판된 책을 다시 살려내는 것도 모두 독자의 몫이다”라며 출간 의미를 밝혔다.
초등학교 입학이 1975년인 저자는 25년 동안 3000여권을 수집했는데 그렇다면 이 중에서 ‘단 한권의 책’을 꼽으라면 과연 어떤 책일까. 그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하겠다”는 책은 1977년 뿌리깊은나무에서 출간한 <윤구병 외-숨어사는 외톨박이>다. 내시, 백정, 각설이군, 재지기, 장도장, 떠돌이 재인 등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책으로 “전통사회의 그늘에서 살아 온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이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부록’ 부분에서는 △문화재관리국장서각 ‘고궁인존’, 홍종건 ‘광주, 그날’, 황석영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등 ‘오래 된 새 책’ 도서목록 총181권을 묶었다. 또 △‘두렁바위에 흐르는 눈물’ ‘동래 사람은 팔만 올리도 춤이 덴다 캤어’ 등 20권의 민중자서전 △추코프스키, 박형규 역(譯))의 ‘은빛시절’ 등 88권의 ABC문고를 살펴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저자는 어떤 책이 좋다고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자신에게 소중하게 된 사연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맞는 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풀어내고 나아가 헌책에 대한 주도적인 관점을 갖도록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책과 친하게 만드는 좋은 길잡이 안내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직도 많은 책들이 ‘오래 되고, 구할 수 없는’ 책으로 남아 있는데 ‘오래 된 새 책’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며 ‘책은 가까이 두면 언젠가는 반드시 읽게 된다’는 격언을 덧붙였다. -박균호-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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