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질러봐>
-구자홍 지음, 공감의기쁨 펴냄
긴가민가한 것, 애매모호 한 것, 뜨뜻미지근한 것은 싫다. 뜨거우려면 온몸이 재가 되도록 화끈하든가 차가우려면 손만 대도 쩍쩍 달라붙게 만드는 한겨울의 얼음장처럼 살 떨리게 차가운 것이 좋다.
그래서 그는 물 한잔을 마셔도 계절과 상관없이 얼음이 들어간 냉수만 마신단다. 구자홍 동양자산운용 부회장의 이야기다. 구 부회장이 최근 얼음물처럼 속 시원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제목으로 책 한권을 냈다. <일단 저질러봐>가 바로 그것이다.
구 부회장은 “우리 애들(출가한 딸과 해외 유학 중인 아들)한테 아빠가 이렇게 살아왔다는 얘기를 긴 편지 형식으로 쓰다가 점점 이야기의 범위가 커져 젊은이들을 위한 에세이로 발전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 등 좌절을 많이 하고 주저하는데 지금이 우리 때보다 훨씬 가능성이 많고 하기만 하면 충분히 되니까 일단 시도해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실제 구 부회장의 인생은 끊임없는 저지름의 연속이 만들어낸 한편의 성공 신화나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시골 부모님을 졸라 전주로 전학을 갔던 것이 첫 번째 저지름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돼 그는 기로에 설 때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저질러보는 습관을 갖게 됐다.
전주고,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 중 행정고시(13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개발 5개년계획 수립에 참여하다가 1987년 14년의 공직생활을 접고 기업에 투신했다. 그 시절 분위기로 봐선 쉽지 않은 변신이었다.
한국 진출 10년이 넘도록 적자이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한국법인을 인수해 동양카드가 설립되자 CEO로서 당시엔 생소한 최고급화 전략으로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카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초우량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브랜드 론칭 때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직접 광고모델로 나서 신문에 주민등록번호까지 공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저질러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불패의 승부사’ ‘핫 블러드’ ‘ 흑자전환의 미다스 손’ ‘행동주의 경영자’라는 그를 따라붙는 여러 수식어도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저지름의 정신으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4개 부실기업의 CEO를 맡아 모두 흑자 전환한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이번 책을 내기 위해 구 부회장은 2년이란 긴 시간을 할애했다. 책을 출간한 것이 현재로선 마지막으로 저질러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이 아버지가 읽고 아들에게 추천해주는 책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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