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개설 중고숍 ‘인기몰이’
요즘 서점가는 헌책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고물가 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인 중고서점으로 몰려듦에 따라 중고서점 시장은 꾸준히 팽창하는 추세다. 최근엔 시내에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생기면서 독서문화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가을 하늘이 청명한 지난 5일 오후, 종로2가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은 평일 낮 시간인데도 중고책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은 각자 입구에 비치된 작은 철제 바구니를 들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책을 꼼꼼하게 고르고 있었다. 특히 6개월 이내 신간도서 코너와 품절·절판 도서 코너 앞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끔 서점가에 나와 독서를 즐긴다는 한 노신사는 신간코너에서 두 달 전에 출간된 자음과모음의 <아이디어맨>을 약 30% 이상 할인된 가격(정가 1만5000원, 할인가 1만800원)으로 구입하고 올해 초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정가 3만2500원, 할인가 2만원)도 구입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계산대 옆 책 판매 코너에서는 집에서 들고 온 책을 팔기 위해 매장 직원과 가격을 상담하는 사람도 눈에 띠었다. 요즘 이 서점이 책을 50%로 할인 판매하고 그 책을 6개월 이내에 되팔면 55%를 다시 할인해주는 ‘바이백’ 제도를 실시해 책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아동서적 코너는 자녀들에게 책 선물을 하려는 주부들로 북적였다.
성북구 종암동의 방수경(38) 주부는 “평소 책을 사는 걸 좋아하는데 중고책 구입을 더 선호한다”며 “예전과 비교해 중고책이라도 깨끗한 책이 많아져 새 책을 구입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고 비용도 절약돼 중고서점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1일 문을 연 알라딘 중고서점은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매일 신간 매입이 이뤄지고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서점 입구에 ‘오늘 매입된 신간 2000권, 지난주 1만5000권’이라고 써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알라딘 관계자는 “판매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기 어려우나 매일 2000~4000권의 중고도서가 충전되고 있으니 판매 규모도 그와 비슷하게 보면 될 것 같다”며 “특별히 주말 판매량이 주중에 비해 훨씬 높아 주말을 보내고 나면 서가 곳곳이 많이 썰렁해진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중고서점을 찾는 인구가 늘면서 시장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2008년 업계 최초로 중고 숍을 개시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4월 자사의 중고 숍 판매량을 분석해본 결과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을 거듭 올해 2008년 대비 3.7배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알라딘이 중고 숍을 오픈한 후 뒤이어 2009년 인터파크가, 2010년에는 예스24가 중고 숍을 오픈한 사실로 미뤄볼 때 전체적인 시장 성장률은 그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서점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짐에 따라 독서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다 읽은 책을 서점에 다시 판다는 ‘순환형 독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책값을 마련하려고 중고책을 판매하는 고객들보다 다른 책을 꽂아놓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다 읽은 책을 판매하는 고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초구에 살고 있는 한 주부는 “평당 2000만원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책의 증가는 공간 이용의 경제적 효율 문제로 직결된다”며 “주변에 다 읽은 중고 도서를 즉시 재판매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고 트렌드 변화를 설명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난 역시 중고 판매 시장의 활성화와 직결된다. 전세값 상승으로 이사하는 세입자들이 증가하고, 특히 집의 규모를 좁혀서 이사를 가야 하는 고객들의 경우 가장 먼저 정리하는 것이 책짐이다. 한 서점 관계자는 “본격적인 이사철인 3월의 중고 매입량이 1·2월에 비해 1.2~1.3배 가량 더 많으며 특히 올해 3월은 작년 3월에 비해 1.5배 가량 매입량이 더 많다”고 전했다.
이에 중고서점들은 이사 등의 대량 판매 고객들을 위해 일일이 판매 도서를 등록할 필요가 없이 한 번에 판매가 가능한 대량 매집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시대를 맞아 번거롭게 도서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바코드를 스캔해 도서를 등록하는 서비스와 도서 표지 인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고책 가격비교 사이트 ‘노란북’ 눈길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며 책의 구매 조건을 비교해보는 번거로움을 한 번에 해결한 사이트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리브로, 인터파크,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도서11번가, 강컴, 고시마당, 신북닷컴 등 11개 인터넷 서점의 가격을 비교해 구매자들이 쉽고 빠르게 책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노란북(www.noranbook.net)이 바로 그것.
책 가격뿐만이 아니라 배송비와 적립금 쿠폰 등 책을 주문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할 정보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줘 더욱 편리하다. 특히 노란북은 중고도서를 쉽게 찾고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을 비교해 준다.
가을맞이 서점가 할인·문화 이벤트 풍성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서점가에 다양한 독서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마련된다. 교보문고는 올해 말까지 매주 수요일 가족사랑 독서캠페인 ‘책으로 행복해지는 우리 가족’을 진행한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전국의 교보문고 16개 영업점에서 유아 및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독서가족을 등록 받고 등록된 가족은 독서 포인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인터넷문고에서는 9일까지 ‘가을맞이 서고 대개방, 더 늦기 전에 읽어야 할 책’ 이벤트를 진행해 독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을 최고 50%까지 할인 해준다. 또한 외국서적은 31일까지 선착순으로 1만종 이상을 73%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영풍문고는 종로점에서 10월 한 달간 ‘엄마들이 알아야 할 모든 지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의 주 고객층이 여성인 관계로 고객 타깃을 여성에 맞춰 유아, 유치, 초등학생에 관한 엄마들에게 유익한 모든 분야의 도서 200여종을 진열한다. 또한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 ‘가을을 누비다’라는 주제로 여행 관련 서적 100종 진열, 행사도서 구매 시 사은품 증정하는 이벤트도 갖는다.
이와 함께 강남점에서는 ‘독서의 계절 가을! 지성과 감성을 쌓을 수 있는 어린이 도서 모음전’과 ‘내게 맞는 책으로 외국어 공부하기’를 진행해 행사 도서 구입 시 사은품을 증정한다.
반디앤루니스는 전국 각 매장별로 ‘가을맞이 추천도서 할인 및 균일가전(10%~70%)’을 실시하고 인터넷서점을 통해 10월 한 달간 도서 전종 10%할인 쿠폰 증정과 독서의 계절 가을맞이 추천도서 반값 할인을 진행한다. 11번가는 가을맞이 소비자 문화 지원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문화비가 내립니다’란 이벤트를 마련했다. 도서 6만원 이상 구입 시 영화 예매권 및 1만원 이상 구입 시 뮤지컬 관람 할인권을 지급한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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