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KBS2 화 밤 11시 5분
예능으로서 토크쇼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물론 이 재미에는 단순한 웃음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줄 수 있는 감동 역시 포함된다. 여기에 단독 게스트의 정통 토크쇼라면, 그 게스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재발견을 이끌어내는 심층적 토크가 미덕으로 더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승승장구> 신해철 편은 그러한 미덕들을 고루 잘 보여준 방송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게스트 신해철에 대한 기대는 특유의 독설과 거침없는 토크일 것이다. 과거 신해철다운 독하고 센 입담과 어록이 빛을 발하며 화제가 되었던 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처럼. 하지만 어제의 <승승장구>는 장르로 말하자면 멜로 혹은 휴먼드라마에 더 가까웠다. 아이돌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데뷔 시절에서부터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독설에 관한 주제로 이어지는 토크를 통해 신해철은 독한 모습 뒤에 감춰져있던 우울증과 상처로 얼룩진 여린 속살을 내비쳤고, 그것은 더 이상 ‘마왕’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의 또 다른 얼굴을 인상적으로 각인시켰다.
뒤 이은 ‘몰래 온 손님’ 코너에서 아내 윤원희의 등장은 이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그간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던 러브스토리의 감동은, “부부 동반 첫 토크쇼 출연”이라는 의미 부여대로 두 사람의 육성을 통해 더 진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착한 신해철은 쓸 데가 없다”는 그의 성찰어린 자조에도 불구하고, ‘밖에선 강한 모습이지만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는 아내의 진솔한 토크는 그녀의 바람처럼 “남편의 진면목을” 재발견하게 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 진심어린 이야기 뒤에, 가족으로 인해 “더 이상 인생에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필요 없다는, 그리고 어릴 때와 똑같이 깊이 잠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저도 알았죠, 제가 구원됐다는 걸”이라며 고백한 그의 모습은 이제껏 그가 대중들에게 보여준 여러 모습 가운데 가장 인간 신해철의 얼굴에 근접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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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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