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굴지의 카메라 등 정밀광학기기 제조업체 올림푸스가 마이클 우드포드 사장의 해임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다. 회사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림푸스의 주가는 지난주 14일과 17일 이틀간 도쿄 주식시장에서 37% 폭락했다.
올림푸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우드포드 사장을 이날자로 해임하고 기쿠가와 쯔요시 회장이 사장을 겸직한다고 발표했다. 4월1일 취임한 우드포드를 6개월 만에 해임한 것이다. 올림푸스는 "그가 각 사업부문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혼란을 초래했고 일본에 머무는 기간도 애초 약속했던 80%가 아닌 40%에 그쳤다"면서 "조직을 무시한 독단적 행동으로 일본식 글로벌 경영 실현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임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우드포드의 주장은 전혀 달랐다. 17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드포드는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 몇 년간 벌어진 올림푸스의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과다한 비용 지출이 있었음을 발견했으며, 이를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하자 해임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일본 경제전문지 팍타(Facta)는 올림푸스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중소기업체 3개를 인수하면서 8억 달러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으며, 자산가치조차 불투명한 비상장기업에 이같은 과도한 인수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2008년 영국 의료기기업체 자이러스(Gyrus)를 인수할 때도 자이러스의 주가에 58%의 프리미엄이 얹어진 19억2000만달러로 인수가가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우드포드 사장은 기쿠가와 회장과 모리 히사시 부사장에게 진상을 물었으나 "걱정할 필요없다"는 답만 들었다.그는 "경영상 실수가 있었다면 이는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면서 수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납득할 만한 답 없이 묵살당했다.
우드포드 사장은 해임되기 2주 전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직접 의뢰해 인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이러스 인수에서 올림푸스는 금융자문사로 임명된 AXAM에 6억8700만 달러를 고문수수료로 지급했다. PWC는 "이 정도 규모의 인수에서 통상 수수료는 인수가격의 1% 정도로 책정되나, 올림푸스는 AXAM에 인수가격의 36.1%를 지급했다"면서 "인수가격이 매우 과대 산정됐으며 이는 경영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케이먼제도에 등록되어 있던 AXAM은 거래가 끝난 지 3개월 뒤 등록말소됐다.
우드포드는 "상당 규모의 자금이 투자과정에서 외부 금융자문사 수수료 등을 통해 '사라졌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7일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에 자이러스 인수 당시 올림푸스가 지급한 고문수수료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해임 사태의 진실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올림푸스의 주가는 추락했다. 도쿄주식시장에서는 14일부터 올림푸스 주식 매도가 몰렸으며 17일 거래에서는 24% 하락한 1555엔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가로 마감했다. 양 거래일간 올림푸스의 총 시가총액 중 37%가 날아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영 수뇌부의 합의에 따라 운영되는 일본 기업의 폐쇄적 경영풍토가 드러난 한 예"라면서 "한편으로는 외국 출신 최고경영자들이 일본식 기업문화에 부딪혀 겪는 갈등이 다른 일본의 '블루칩' 기업들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중시켰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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