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내년 0.2%P 인하"...가맹점 "1.5%까지 낮춰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정부의 압박으로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카드 수수료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카드 수수료 문제는 지난 2004년 BC카드와 이마트간의 문제로 시작해 무려 9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카드업계는 수수료 얘기만 나오면 불만을 터트리고 있고, 가맹점이나 시민단체는 하나마나한 대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명쾌한 해결책 없이 공전하고 있는 이유가 몰까. 업계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를 정치권의 입김이라고 말한다. 카드 수수료 문제는 시장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카드 수수료 인하 추진의 선봉장에 서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수수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반강제적 압박이 아닌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드사 수수료율 마지노선은=카드사들은 이미 5차례에 걸쳐 카드 수수료율 체계를 대폭 개선했으며, 내년 한차례 더 수수료율을 인하할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2007년 8월 경영실적 개선으로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기존 2.0∼4.5%에서 2.0∼2.3%로,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을 1.5∼4.5%에서 1.5∼3.5%로 인하했다. 이후 2008년 10월 미용실과 의류, 식당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업종에 대해 평균 2.74%에서 2.57%로 낮췄으며, 2009년 2월 전통시장 가맹점 수수료율(2.0∼3.5%)을 대형가맹점 수준(2.0∼2.2%)으로 내렸다.
또 2010년 4월 연매출 9600만원 미만인 재래시장(2.0∼2.2%) 및 중소가맹점(3.3∼3.6%) 수수료율을 대형마트ㆍ백화점 수준인 1.6∼1.8%, 2.0∼2.15%로 인하했다. 올해도 카드사들은 연매출 9600만원 미만에서 1억2000만원 미만으로 확대했으며, 내년부터 1억5000만원 미만으로 한차례 더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0.2%포인트 낮추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현재보다 더 낮아질 경우 카드사들의 손실은 불가피하고 결국 이는 카드 사용자에 대한 혜택 축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맹점 수수료는 한 쪽에 이익이 나면 다른 쪽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인하로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의 남발을 억제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직불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가맹점들의 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맹점ㆍ시민단체 "더 내려라"=가맹점이나 시민단체는 "카드 수수료 인하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날 음식업중앙회도 성명을 통해 "0.2%포인트 인하를 하더라도 1.8∼1.9% 수수료가 유지되는데, 이를 대형업체와 같은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음식업중앙회는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검토 대상 업체들은 1억2000만원 미만 영세 가맹점으로, 휴ㆍ폐업의 위험에 상시노출돼 있을 정도로 힘든 곳들"이라며 "소폭 인하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나마 연매출 1억2000만원 이상인 외식업체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번 수수료 인하는 당장의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음식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가맹점과 시민단체들은 18일 오후 1시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열고 카드수수료 인하를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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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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