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한국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00승의 첫 단추는 구옥희(55)가 뀄다.
무려 33년 전인 1978년 처음 선발된 8명의 여자프로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구옥희는 1980년 5개의 프로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등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했던 선수다. 1979년 10월부터 1981년 6월까지 세운 '7개 대회 연속우승'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으로 남아있다.
1985년 일본으로 진출한 구옥희는 1988년 3월에는 미국 아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스탠더드레지스터를 제패해 미국 무대 개척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은 이후 고우순(47)이 1994년과 1995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LPGA투어 도레이재팬퀸스컵(미즈노클래식의 전신)에서 '2연패'를 달성해 LPGA챔프의 계보를 이었다.
가장 상징적인 선수는 당연히 박세리(34)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5월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7월에는 특히 US여자오픈 최종일 18홀 연장전도 모자라 다시 서든데스로 이어진 연장전에서 두 번째 홀까지 가는 혈투 끝에 정상에 올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세리는 연장전 경기 도중 18번홀(파4)에서는 티 샷한 공이 해저드 구역 내 깊은 러프에 빠지자 맨발을 연못에 담그고 트러블 샷을 구사하며 기어코 우승컵을 품에 안아 당시 IMF외환 위기로 신음하던 전 국민에게 감동까지 선물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25승을 기록했고, 여기에 김미현(34ㆍKT)과 박지은(32), 박희정(31), 한희원(33ㆍKB금융그룹), 장정(31) 등이 승수를 보탰다.
2007년 4승에 그치며 잠시 주춤했던 한국의 우승사냥은 2008년 신지애(23ㆍ미래에셋)가 지휘하는, 이른바 박세리의 '맨발 투혼'을 보며 골프를 배웠다는 '세리 키즈'의 등장으로 다시 활기를 띠게 된다. 신지애는 비회원신분인 2008년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해 일찌감치 3승을 쓸어 담았고, 2009년 정식멤버가 된 뒤 다시 3승을 따내며 신인왕과 상금여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신지애와 함께 '한국낭자군'을 이끌었던 선수가 바로 최나연(24ㆍSK텔레콤ㆍ사진)이다. 2승을 수확하며 상금랭킹 1위와 최저평균타수상 등 개인타이틀 부문에서도 '2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최나연의 이번 우승은 유소연(21ㆍ한화)이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일궈낸 뒤 매 대회 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던 '속앓이'를 풀어줄 결정타가 되기에 충분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