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수익 ‘금단의 열매’ 새 재테크 지형 예고
‘한국형 헤지펀드’가 이르면 내달 말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계에서 금단의 열매 취급을 받던 헤지펀드가 개인 투자가에게도 투자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는 운용사, 증권사, 자문사 등 증권 관련업계 관계자들 150여명과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이 지난 9월 말 마지막 행정절차(국무회의, 관보게재, 공포)를 모두 마친 가운데 열린 헤지펀드 인가정책에 관한 설명회 자리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24일부터 닷새간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운용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본래는 금융위원회가 11월 안에 금융투자업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야 헤지펀드 운용 신고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일정이라면 빨라야 12월, 늦으면 내년 초에나 헤지펀드의 출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오는 24일부터 ‘가접수 형태’로 신청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말경 한국형 헤지펀드 1호가 출시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운용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시스템과 사업계획, 인력, 자산 등의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하게 되며, 심사가 끝나면 상품을 등록한 후 내달 안에 첫 헤지펀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자본시장의 다양성 확보 긍정 효과 기대
2011년 현재 한국 금융시장은 왜 헤지펀드로 떠들썩할까? 그 이유는 우선 한국 금융시장에 종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절대수익(absolute return)을 추구하는 펀드로 벤치마크를 초과달성하려는 상대수익 목표를 갖는 펀드와 본질이 다르다.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받으면 펀드매니저 간에 쏠림 현상이 생기기 쉽다. 절대수익 성과 자체보다 벤치마크보다 잘했느냐 못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상대수익 추구로부터 자유로운 펀드가 있다면 다르게 투자할 것이다.
바로 헤지펀드다. 자본시장에 다양성을 가져와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헤지펀드가 다른 펀드보다 낫다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개가 서로 다르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투자전략 차원에서도 시장에 이질성을 더해 준다. 헤지펀드 유형은 실로 다양하다.
주가가 오를 때뿐 아니라 떨어질 때도 수익을 올리는 펀드,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 수익을 얻는 펀드, 세계 경제를 대상으로 거시경제 변수를 예측해 투자하는 펀드 등이 있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기존 펀드를 통해서는 달성하기 힘든 위험-수익구조를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헤지펀드는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등에도 투자하고, 차입과 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선 부도난 채권을 사들여 정상화 한 뒤 매매 차익을 노리는 것과 같은 ‘고위험-고수익’전략이 있다.
이와 반대로 ‘저위험-저수익’ 전략은 가치에 비해 싼 자산을 사고 가격이 비싼 자산을 팔거나, 같은 업종 내 다른 종목 간 가격차 등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투자 대상과 투자 기법을 활용하다보니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
개인에 5억 이상 투자 허용 대안자산 될듯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헤지펀드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크게 투자 주체, 운용 주체, 운용 방법 이렇게 세 가지가 시행령과 차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유의해야할 점은 투자 주체 측면에서 연기금 및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기존에 헤지펀드(즉 전문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없었던 개인들이 5억원 이상 규모로 투자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오직 연기금 및 일부 금융회사만이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었고, 사실상 국내 자본시장에는 헤지펀드의 운용 자체가 사실상 가능하지 않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으로 우리나라에도 헤지펀드의 운용산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비록 큰 금액이지만 5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개인들도 참여가 가능해졌다는 점과 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개인들의 투자 한도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향후 자산관리시장에서 기존 주식, 채권 외에 대안자산군으로서의 헤지펀드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향후 헤지펀드 시장에서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글헤지펀드, 펀드오브 헤지펀드(재간접 헤지펀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지펀드 전략을 쓰는 공모형 펀드로 나뉘게 될 것이다.
5억원 이상 투자가 가능한 개인들은 이 모든 시장에 다 투자가 가능하고, 5억 미만 1억 이상의 개인의 경우에는 재간접 헤지펀드와 헤지펀드전략 공모형 펀드에 투자가 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억 미만의 개인들은 헤지펀드 전략을 쓰는 공모형 펀드에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간접 헤지펀드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최소 가입 기준은 1억원이며, 펀드 내에 최소 5개 이상의 헤지펀드를 담는다. 이들 펀드는 전 세계 주식이나 채권, 통화, 원자재 관련 선물 상품에 투자하는 선물추종매매(CTA) 전략을 사용한다.
투자자 고수익 대안펀드 인식 버려야
헤지펀드의 빗장은 풀리지만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비정상적인 가격 즉, 잘못 평가된 자산을 찾아 투자하여 정상적인 가격으로 돌아올 때 수익을 취하는 것이 그 기본원리다.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그 충격을 완화하고 비정상적인 가격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토종 헤지펀드로부터 기대해 볼 수 있다.
한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시장보다 더 낮은 변동성으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과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전체 시장의 과도한 쏠림 등을 억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의 역할 및 인식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헤지펀드는 결코 고수익을 추구하는 대박 펀드가 아니다.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하방 위험을 최소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은행 예금 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고수익을 추구하게 되면 반드시 큰 위험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향후 헤지펀드를 선택할 때도 무조건 고수익을 외치는 펀드보다는 어떤 펀드가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영사·증권사들 준비는 어떻게
메이저社 중심 ‘1호펀드’ 배정 물밑 경쟁
헤지펀드는 특정 투자자한테서 돈을 모아 차입, 공매도 등 전략으로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헤지펀드 신청 대상은 공·사모 펀드와 일임재산액 수탁고 합계액이 10조원 이상인 운용사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상당수 운용사가 이미 이 조건을 갖췄다.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ING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알리안츠글로벌 인베스터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산은자산운용, NHCA자산운용 등도 신청이 무난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최근 일임재산이 늘어나 수탁고 합계액이 10조원을 넘는다.
운용사들이 ‘1호 헤지펀드’ 배정에 총력전을 펴는 것은 선점 효과 때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가 요건과 운용 경험, 위험관리 기법 등 모든 분야에서 준비를 끝낸 상태라 언제든지 헤지펀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신운용도 한국주식과 아시아주식을 활용한 ‘롱숏펀드’를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롱 비율과 숏 비율이 합쳐서 150%가 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롱숏펀드는 저평가된 자산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은 공매도해서 차익을 얻는 펀드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최대 400%인 차입 한도를 활용하는 한국주식 롱숏펀드를 준비 중이며, 신한BNP자산운용은 한국주식 롱숏펀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주식 롱숏펀드, 시스템공학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증권사와 투자자문사의 운용 인가 신청은 다음 달 시작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1조원을 넘어야 신청할 수 있다. 6월 말 현재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이다.
투자자문사는 일임재산액이 5천억원 이상이면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7월 말 현재 코스모투자자문(2조5천억원), 한가람투자자문(1조3천억원), 브레인투자자문(1조3천억원), 케이원투자자문(1조1천억원), 가울투자자문(7천억원) 등이 해당 자격을 갖췄다.
자산운용사와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증권사간 짝짓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헤지펀드 설정 및 운용을 위해선 회계시스템, 대차거래, 자금대여 등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프라임 브로커가 필수적이다.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출시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하나UBS자산운용은 최근 삼성증권을 1호 헤지펀드의 프라임브로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대우, 우리, 한국, 현대증권 4개사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각 사별 프레젠테이션(PT)을 마쳤다.
한국투신운용은 최근 삼성, 우리, 현대, 대우증권 4개사에 제안요청서를 보냈고, 미래에셋운용과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삼성, 대우, 우리투자증권 3개사와 개별 접촉을 통해서 프라임 브로커 선정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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