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에 백을 달랑 하나만 실었습니다.
예약자님 한 분만 내장하셨기 때문이죠. 다른 세 분의 백은 눈 빠지게 기다려도 오질 않습니다. 티오프시간은 점점 임박하고 있었죠. 먼저 오신 고객님도 연신 카트와 프런트를 오가시며 다른 세 분이 빨리 도착하기만 기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한참 후에 카트에 오셔서 저와 눈이 마주치자 "휴~"하며 긴 한숨을 내쉬는 고객님.
프런트 근처에서 전화를 받으셨답니다. "여보세요" "나야, 나 지금 도착했어." "어디야? 난 프런트 쪽에 있는데…" "응, 나도 프런트야. 근데 왜 안보이지." "스카이 맞아?" "어, 스카이 맞는데." "스카이…." "응 스카이밸리…" "어?" 모두 프런트라고 했지만 예약자님만 스카이72골프장에 계셨고 나머지 세 분은 경기도 여주의 스카이밸리로 가셨던 거죠.
인천 영종도와는 너무 먼 곳에 계신 세 분이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티오프를 하고 나머지 세 분을 기다리며 천천히 고객님과 라운드를 시작했죠. 한 분 정도 늦어 라운드 도중 합류하시는 일은 종종 있어도 이렇게 세 분이 한꺼번에 다른 곳에서 헤매실 줄이야. 고객님께서도 "골프친 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으십니다.
"고객님,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항상 고객님 네 분과 첫 홀을 정신없이 시작하는데 너무 느긋한 5홀을 마치고서야 세 분이 도착하셨습니다. 정신없으신 고객님 세분은 오시자마자 양파를 한두 홀 심으신 후 점점 몸이 풀리셨습니다. "요새 골프장들은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나마 스카이밸리라 다행입니다. 비행기 타고 제주 스카이힐까지 가셨다면 어쩔 뻔 했을까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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