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골프장에는 고객들을 위한 어프로치, 퍼팅 연습장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벙커 연습장도 있고요. 실코스와 흡사하게 만든 이 연습장을 아시는 고객들은 3, 40분전에 카트에 오셔서는 웨지와 퍼터를 들고 나가십니다. 실전 샷 감각도 미리 조율하고, 또 오늘 라운드에서 스코어가 1타라도 더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연습하는 거죠.
입구에는 큰 시계탑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이 "어프로치 연습하는 데가 어디야?"라고 물어보면 우리는 시계탑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내려가라고 안내를 합니다. 그날도 티오프 시간보다 훨씬 일찍 골프장에 도착한 한 고객께서 캐디의 안내를 받고 골프백에 든 골프채를 꺼내 연습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이 고객께서는 어프로치 샷과 벙커 샷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주위는 둘러보지도 않고 열중했습니다. 멀리서 걸어오는 네 분의 다른 골퍼들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더 열심히 연습하는 고객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다른 네 명의 고객들도 어프로치 클럽과 퍼터를 들고 있어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시선이 따갑습니다. "도대체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하는 눈빛으로 다른 고객들이 계속 쏘아 보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캐디도 보입니다. 졸랑졸랑 뒤따라오는 캐디. 그제서야 분위기파악이 되신 고객은 "아뿔싸!" 했습니다. 시계탑 좌측이 아닌 우측으로 간 뒤 바로 아웃코스 마지막 9번홀 그린 주변에서 열심히 연습을 한 거였습니다.
캐디에게 안내를 받을 때 "시계탑"만 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후일담이지만 이 고객께서는 제가 연재하는 '캐디편지'를 읽은 적이 있었던가 봅니다. 본인 이야기는 절대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죠. 모두의 웃음을 위해 고객님의 희생이 필요한데 "이해해 주실거죠?"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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