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하이든은 굉장히 유머가 많은 사람이었답니다."
마이크를 타고 넘어 오는 소리가 아닌 육성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금난새(사진)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표 겸 예술감독이었다.
마이크도 없이 하이든의 교향곡 45번 '고별'에 대해 설명하는 금 예술감독을 향한 관객들의 눈엔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있었다. 2008년 3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풍경이다.
'연주'가 아닌 '해설'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했던 금 예술감독은 그렇게 클래식 공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클래식 공연을 하려는 생각에서 시작한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이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만의 저력은 '연주'만큼이나 '해설'에 큰 무게를 뒀다는 데 있다. 이 공연으로 클래식이 일반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 예술감독이 신경을 썼던 게 '해설'뿐이었으랴. 그는 소외된 계층과 음악을 나누는 데도 많은 애를 써왔다.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꾸려 시골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으며, 군부대와 사관학교 등을 방문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또 솔리스트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는 한국 음악계의 현실을 바로 잡으려 2007년부터 '금난새 페스티벌 & 아카데미'를 열었고, 음악이 전공이 아닌 학생들로 구성된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KUCO)'를 창단했다.
그런 그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는 '제30회 세종문화상' 수상자로 금 예술감독과 탤런트 김혜자씨, 안휘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고전번역원을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세종문화상은 세종대왕의 창조 정신을 기리고 그 위업을 이어가려 노력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주는 상으로, 수상식은 이날 오전 서울 문화부 청사에서 열렸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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