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모임 중우회, 오일뱅크 '정우회'와 통합
종합상사 등 그룹 계열사와도 함께할 예정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조인경 기자] "회사를 떠났어도 우리는 '현대'"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등 옛 가족을 되찾은 현대중공업이 퇴직 임직원들 끌어안기에 나섰다.
전체 계열사 퇴직자 모임을 하나로 묶는 것은 '범 현대가' 기업중 현대중공업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도 크다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오일뱅크의 퇴직자 모임인 '정우회'는 현대중공업의 퇴직 임직원 모임인 '중우회'와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정우회는 중우회에 1개 회사 독립체의 자격으로 가입해 모임명도 '중우회'를 사용한다. 중우회가 주관하는 시무식, 골프 대회, 등산 대회 등 통합행사를 함께 참여하되, 기존 활동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통합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직접 추진해 이뤄낸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되찾은 뒤에도 퇴직 임원들을 홀대한다는 내부 불만이 팽배하자 권 사장이 최길선 중우회 회장을 만나 단체를 합치자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지난 4일 중우회 운영위원회에 통합 안건이 올려져 승인이 났으며 세부 절차만 마무리 되면 올해 안에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지난달 서산 현대오일뱅크 고도화설비 준공식 행사 때에도 정우회 회원 20여명을 초청해 교통편을 마련하고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은 회원들에게 "저도 물러나면 정우회 회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소원하지 않게 자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중우회는 현대종합상사의 퇴직자 모임을 비롯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종합상사, 하이투자증권 등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현대중공업 그룹의 통합 퇴직자 모임으로서 위상을 키워나가고 있다.
범 현대가 기업중 그룹 차원에서 옛 동지를 조직적으로 챙기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이 처음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세 후 현대가는 뿔뿔이 흩어졌고, 오너 일가는 갈등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퇴직자들은 옛 동지들과 교류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범 현대가'의 통합 움직임도 이들 퇴직자들이 연결 고리가 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중우회는 건우회(현대건설), 현상회(현대상선), 아미회(현대전자), 자우회(현대차), 현백회(현대백화점) 등 현대 계열 기업 퇴직자 모임과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왕 회장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퇴직 임직원들은 지금도 '현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도 그룹화를 추진하면서 옛 식구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중우회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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