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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왜 자꾸 연장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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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왜 자꾸 연장을 할까 최근 6회를 연장하고 종영한 SBS <무사 백동수>(좌측)과 연장 없이 종영한 MBC <최고의 사랑>(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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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연장이 늘고 있다. SBS <무사 백동수>가 6회를 연장한 것을 비롯, MBC <지고는 못 살아>, KBS <스파이 명월>, MBC <계백>, <반짝반짝 빛나는>, SBS <신기생뎐> 등 미니시리즈와 주말극, 시청률과 화제성에 상관없이 방영 중인 드라마 중 상당수가 연장을 선택한다. 연장이 드라마 인기의 상징이었던 시기는 이미 지난 것이다.

드라마 연장, 시청률이 이유가 아니다?


드라마는 왜 자꾸 연장을 할까


인기 드라마의 연장은 광고 판매와 관련이 있다. SBS <시크릿 가든>는 만약 연장했다면 이 드라마의 평균 광고 단가를 기준으로 회당 4억원 가량의 추가 수입이 가능했다.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아도 광고주가 선호하는 드라마도 있다. MBC <로열 패밀리>는 시청률 10%를 오가던 방송 초기 광고를 일찌감치 ‘완판’했다. 높은 완성도로 마니아 시청자들을 모았을 뿐만 아니라, 재벌들의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이 드러나 시청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광고주들의 호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는 드라마가 연장을 하는 것은 광고 때문이 아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가 2~4회 정도 연장될 때는 후속 드라마의 편성 문제가 걸려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기생뎐>의 연장 당시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후속 드라마인 <여인의 향기> 준비 때문에 불가피하게 연장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후속 드라마가 여러 이유로 아직 방송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드라마가 연장되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후속 드라마는 왜 제때 준비가 안 될까


드라마는 왜 자꾸 연장을 할까 최근 부상으로 MBC <나도, 꽃!> 촬영에 참여하고 있지 못한 김재원


후속 드라마가 준비되지 않는 것에 대해 한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배우의 캐스팅 문제다”라고 말했다. “1년에 지상파 방송사 3개에서 방송하는 수목 미니시리즈만 20여 편 가까이 된다. 드라마가 너무 많아서 캐스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 연기력과 스타성 모두 입증된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제작진과 달리 배우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각광받는 톱스타들의 경우 드라마 제작 현장의 어려움 때문에 드라마를 기피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배우 캐스팅 문제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정식 출범 이후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종편이 시작되면 출연료 상승 등 모시기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인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주연 배우의 기근 현상 때문에 출연료는 치솟고, 겹치는 일정 등을 조정하기 어려워지다보니 캐스팅은 물론 제작 전반의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이다. 결국 다음 드라마의 제작 지연을 방송 중인 드라마의 연장으로 메꾸는 셈이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뒷전이 되어버린 연장 논의


드라마는 왜 자꾸 연장을 할까 종편 채널 jTBC를 택한 박진희와 정우성


문제는 드라마 연장이 배우와 제작사에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방송사는 연장을 강행하고 싶어하지만, 드라마 제작사는 늘어나는 제작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연장 분에 대한 제작비가 관건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방송사 측과 협상이 잘 이루어진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연장에 대한 추가 제작비가 충분히 지원된다면 연장 자체가 문제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드라마 연장 분에 대한 제작비 협상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최근에는 <스파이 명월>처럼 처음부터 방송사와 제작사, 배우 측에서 총 회수를 16부에서 20부 사이로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계약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반면 주연을 맡는 배우들의 경우 연장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스파이 명월>에서 한예슬이 촬영을 거부한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한국 드라마의 제작 환경은 배우와 스태프 모두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 <반짝반짝 빛나는>처럼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드라마에서도 연장에 대해 배우들의 집단 반발설이 나오기도 할 정도다. 인기 배우처럼 연장에 따라 높은 출연료를 받는 것도 아닌 현장 스태프 입장에서는 연장이 더더욱 싫을 수 밖에 없다. 드라마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이 지쳐가고, 드라마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드라마 연장이 무조건 ‘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연장 논의에서 정작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은 배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연장은 한국 드라마 전반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은 당연하다. 원로 배우인 이순재는 “시청자가 연장을 원하거나 작품의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연장을) 작가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곱씹어볼만한 말이다.


사진 제공. SBS, MBC, KBS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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