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박수영 경기도 기획조정실장(국가직ㆍ2급)이 최근 인사권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사진)에게 사표를 제출했으나 김 지사가 이를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 실장의 향후 거취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박 실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행정안전부에서 경기도에 내려온 뒤 경제투자실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면서 파격적인 업무스타일로 공직자들의 신망을 얻어왔다.
박 실장은 우선 경투실과 기조실 보고시 대면보고는 최대한 줄이고, 메신저나 문자 등을 통한 보고를 강조해왔다. 또 서면보고시에는 보고내용이 1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당부했으며, 보고양식도 간결함을 원칙으로 했다.
박 실장은 아울러 업무가 끝나는 6시가 되면 자신의 일을 챙겨 퇴근, 직원들이 상사 눈치를 보면서 야근을 하는 등 추가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김 지사의 박 실장에 대한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일단 박 실장의 사표가 반려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등장하고 있다.
우선 박 실장이 기조실장을 당분간 계속 맡을 가능성이다. 이는 김 지사가 내년도 대권 출마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을 흔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근거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의를 표명한 마당에 기획실장을 계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하나는 박 실장의 타 부서 발령이다. 박 실장이 경기도청 내 2급 자리(경제투자실장, 도시주택실장)로 가거나 경기도내 2급 부단체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도청 안팎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시나리오는 박 실장이 '친정'인 행안부로 돌아가고, 대신 행안부에서 새로운 인물이 내려오는 수순이다. 이럴 경우 김 지사가 경기도정을 잘 아는 2급 부단체장을 기조실장으로 앉히고, 행안부 출신 2급을 부단체장으로 내려 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기조실장의 경우 도청의 예산과 법무, 분권, 정보, 디자인 등 경기도정을 총괄 책임지는 '안방마님' 자리로 한 순간도 허투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김 지사가 기조실장을 바꾸기보다는 박 실장을 설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김 지사가 사표를 즉각 반려한 뒤,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이란 점을 들어 박 실장이 사퇴후 나 후보 캠프에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박 실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임시회 폐막 직후 김 지사에게 민주당과의 3차 추경예산안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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