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지 '소송앓이'
입주 소송 대란이 주택시장을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입주 전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겨질 정도로 소송은 수도권 전 지역에서 만연해 있다. "분양당시 약속과 다르다, 주변 개발계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게 소송의 표면적 이유다. 속내는 분양가보다 떨어진 집값이 작용하고 있다. 즉 소송을 통해 신규 입주, 잔금 납부 등을 미루려는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입주 소송으로 이익을 보는 쪽은 변호사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입주 소송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 167건에 그쳤던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건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를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8년 290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2009년엔 400건이 넘었다. 지난해에는 500건이 넘는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입주자 중심이었던 소송 제기 주체도 건설사까지 확대됐다. 인천 영종의 A건설, 충남 당진의 B건설 등은 계약자들이 입주를 미루자 잔금납부 소송 등으로 맞대응하기도 했다.
소송대상 역시 아파트 하자에서 분양정산, 계약해지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는 입주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한 기획소송 증가가 근본적인 배경이다. 기획소송은 흔히 변호사나 브로커가 소송을 기획해 원고가 될 피해자를 모아서 내는 것을 말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신규 입주단지를 중심으로 소송이 늘어난 것은 입주 예정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일부 변호사들이 소송을 부추기는 것도 원인"이라며 "특히 분양가 할인이나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기획소송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의 한 입주아파트의 경우 변호사사무소와 감리업체가 입주자들을 모아 놓고 분양정산 소송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등의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입주예정자가 하자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분양정산 소송의 핵심은 분양원가를 가리는 것인데 분양 시점과 시공 시점과의 시차에서 큰 폭으로 달라지는 원자재 값 등을 정확히 따지기 힘들다. 입주예정자가 승소하더라고 사실상 득보단 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 시행사, 입주예정자 간 법정공방이 대게 1심, 2심, 대법원 순으로 이어지고 있어 장기간 입주예정자가 재산권을 행사하기 힘들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 관련 소송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이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종 소송전으로 실입주자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분쟁해결센터 등 국가 차원의 방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 하자 소송이 급증하자 서울중앙지법 건설소송실무연구회가 지난달 하자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중요한 하자가 아닐 경우에는 '하자 없이 시공했을 때 비용'과 '하자가 생기도록 시공했을 때 비용'의 차액을 기준으로 하자 보수비용을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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