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 동참 환영속 경쟁업체 반발
현대그룹이 국내 제 4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 IT자회사인 현대U&I를 통해 22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달되면서, 제 4이통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독자 개발 기술인 와이브로(WiBro)를 주력으로 하는 제 4이동통신 사업자 출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돼 왔다. 와이브로 기술을 고사시키고 싶지 않은 정부와, 이통사업에 신규 진출하려는 기업 간 요구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제 4이통 추진 동력은 그러나 유일 후보사업자로 이에 도전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연거푸 탈락하면서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여기에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뛰어들면서 2파전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현대그룹의 참여는 이러한 냉소적인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었다. ‘현대건설을 놓친 현대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통사업을 택했으며, 그룹 결정만 남았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도 요동칠 정도였다.
현대 IST에 2200억 출자 참여 검토
현대그룹이 KMI와 경쟁하는 IST에 합류한다는 것은 한 일간지 보도로 처음 촉발됐다. 이후 중기중앙회 및 IST 사장 내정자인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멘트를 딴 ‘확인사살’이 이어졌다. 9월 22일 현재, 정작 현대그룹 관계자의 “참여한다”는 확언은 어느 곳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의 제 4이통 참여가 단지 논의 단계일 뿐, 어떻게 결론 날 지 모른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있다. 현대그룹 홍보팀 관계자 역시 “관련 내용을 전달 받은 바 없다”며 “이 시점에서 아무 것도 확인해 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8월 26일 IST에 앞서 세 번째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KMI측 역시 현대그룹 참여설을 “IST의 언론플레이”라며 폄하하는 분위기다.
반면, IST측 관계자가 전하는 현대그룹의 참여 움직임은 보다 구체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난 7월 중기중앙회와 케이디씨그룹의 제 4이통 참여 등을 전하며 현안을 발 빠르게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전문 IT 자회사인 현대U&I를 통해 2200억원가량의 출자 참여를 검토 중이다.
현대U&I는 현대그룹이 지난 2005년 계열사 IT 인프라를 책임지는 전문 IT 자회사로 설립했다. 당시 현대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유니콘스 6개 계열사의 IT전략을 담당하기 위해 세워졌다.
현대그룹의 제 4이통 참여는 작게는 5000억원, 많게는 1조원 외주용역 시장의 매출 확보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KMI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동부그룹 계열사의 전략적인 출자 방침과도 맥을 같이 한다. 연간 2000억원에 달할 신규 통신사의 IT서비스 관련 매출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먼저 참여를 요청해 와 논의가 시작됐다는 게 IST 양승택 회장 내정자 측 얘기다. 당시 출자 규모는 2000억∼2300억원 수준으로,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이 설립하는 SPC(특수목적법인)에 이어 2대 주주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SPC 자체가 2000여개 중소기업 컨소시엄이라는 점에서 현대그룹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공동경영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실탄’을 충분히 비축했다는 점, 현정은 회장 스스로 신성장동력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제 4이통의 사업성 불투명 등은 여전히 현대 입장에서 숙제다.
현대그룹의 IST 참여가 현실화될 경우, IST가 보다 유리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IST 스스로 “현대 참여가 더더욱 IST를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KMI 입장은 단호하다. 현대그룹의 IST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나름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KMI 내부에서는 현대그룹의 불참도 점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라는 내부 확인도 이런 판단에 한 몫 했다.
KMI는 지난달 26일, 총 자본금 6300억원 규모의 ‘제 4이통 컨소시엄’구성을 완료, 방통위에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1, 2차 도전과 달리 재무 건정성 개선, 방석현 전 통신개발연구원장 대표 영입 등 승부수가 먹힐 지 주목된다.
“경쟁 환영하지만 특혜시비 부담”
IST는 늦어도 이달 내 사업권 허가신청서를 방통위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이달 26일 내 제출도 거론된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달 26일 KMI가 사업권 허가신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사업권 신청 한 달 내 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IST측이 “방통위가 26일 내 사업권 신청을 요구했다”고 밝힌 이유다. 이 기간 내 허가신청 적격심사를 거쳐 이후 허기 심사와 사업 허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꼭 ‘9월 26일’을 못 박을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또 다른 조항에 전파법에 따른 주파수 할당 공고 등을 고려, 이후에도 가능토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IST 관계자도 “주파수 할당 공모를 내고 한 달 내에만 신청하면 된다”며 여지를 뒀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와 전파법에 따른 와이브로용 주파수 할당심사를 모두 받아야 한다.
IST 신청 시 복수 사업자 신청에도 불구, 제한된 주파수로 인해 단독 사업자 선정이 유력시 된다. 최종 사업권 허가까지는 1~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연내 사업자 선정도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제 4이통 출현으로 와이브로 활성화와 요금 인하 두 마리 토끼를 좇으려는 방통위 입장에서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혜 시비는 여전히 부담이다. 이미 KMI가 IST의 제 4이통 참여와 관련, 혹시 모를 특혜 시비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양승택 전 장관 3자간 ‘관계’를 둘러싼 의혹도 방통위로선 부담이다. 이미 KMI가 지난 7월, 최시중 위원장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에 제 4이통 참여를 권유했다는 잇단 보도에 한차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미 계륵이 돼버렸다는 와이브로가 제 4이통 출현으로 살아날 지에 대한 확신 부족도 방통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LTE와 경쟁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평가 속, 일부에서는 와이브로 서비스가 시티폰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사양산업이었던 무선호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시티폰은 발신만 가능한 속성상, 휴대폰에 밀려 1997년 등장했다 2000년 1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통 서비스의 경우, 특히 단말기 부족 등이 서비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를 담보하지 못하는 이통 서비스를 위해 단말기를 만들어 줄 제조사는 없다”며 “전국망 구축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실제 이용자들이 쓸 수 있는 단말기 부족이 와이브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1만원대 이통 등장 ‘요금혁명’ 예고
그럼에도 불구, 실제 와이브로 서비스 사업자가 신규 출현할 경우 요금 인하 효과는 톡톡히 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두 업체 모두 와이브로 망을 이용, 저렴한 통신 요금을 약속하고 있다.
먼저 KMI는 와이브로망이 기존 WCDMA 투자비의 절반인 2조 5000억원대면 전국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음성통화·무선데이터가 가능한 스마트폰은 물론 무선초고속인터넷, 무선스마트TV까지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 해외시장 개척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월 3만원이 채 안 되는 요금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역시 KMI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이 정도에 모바일 인터넷과 음성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면, 유선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IST 역시 와이브로 망을 이용한 모바일 인터넷과 음성전화 제공을 약속한다. “1만원 요금제 가입 시 월 110시간 이상 음성 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 IST가 내세우는 와이브로 서비스의 강점이다.
제 4이통 출현은 방통위가 MVNO(가상이동망사업자) 등과 함께 요금 인하를 실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로 꼽아온 것이기도 하다. 질 좋은 통신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하기 위한 최적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시중 위원장은 “요금인하라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제 4이통 출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한 물밑 잰 걸음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한편, 지난 22일 정기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강승규 의원(한나라당)은 “제4 이통사 시장 진입은 꼭 필요하다”며 “이를 단지 네 번째 이통사 진입에 그치지 않고, 경쟁을 통한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높이려면 방통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쭦
KMI-IST 와이브로 망 구축 서로 다른 시선
같은 와이브로 방식 제 4이통을 지향하지만, KMI와 IST가 운용하려는 망(네트워크)은 다른 방식이다. KMI가 와이브로(IEEE 802.16e)인데 비해, IST는 차세대 기술인 와이브로 에볼루션(802.16m)을 앞세운다.
KMI측에서는 와이브로 에볼루션의 상용화 시점을 2012년 말로 보면서 내년 말까지 구축 예정인 전국망을 802.16e로 깐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일단 802.16e로 전국망을 깔고, 직후 2012년 말부터 802.16m으로 망 진화를 해나갈 것”이라며 “관련 장비를 만드는 삼성전자도 이 시기, 802.16m 장비와 단말기를 본격적으로 내놓는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KMI와 달리, IST는 와이브로 에볼루션을 채택, 내년 말 대선 전 서비스까지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어서 대비된다.
와이브로 에볼루션의 경우, 와이맥스포럼(www.wimaxforum.org)이 내놓은 와이맥스 릴리즈2(WiMAX Release 2) 기술로서, 내년 LTE-A와 함께 ITU의 4G 규격 승인이 예상된다. 지난 3월 IEEE(미국전기전자학회)에서 IEEE802.16m로 표준화를 완료한 데 이어, 와이맥스 포럼의 표준화 역시 지난 5월 완료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씨테크(CEATEC)재팬 2010’에서 ‘802.16m’ 최초 시연행사를 통해 최대 33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활용, 풀(Full) HD 3D 동영상을 끊김 없이 실시간 스트리밍 하는 서비스를 시연했다.
‘와이브로 에볼루션 전국망 구축’이 불투명하다는 업계 지적도 많다. 투자 대비 품질 보증, 예상 밖 투자금액 초과, 범용성(연계성) 부족 등 우려가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불확실한 시장성을 두고 특히 단말기 업체 등의 참여가 부족할 경우, CDMA 기술(리비전 A/B)을 도입한 LG유플러스 사례처럼 성공적인 서비스를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7월 초 일본 유일의 모바일 와이맥스 사업자인 UQ커뮤니케이션즈(www.uqwimax.jp)는 ‘와이맥스 2(802.16m)’ 필드 테스트를 실시, 20MHz 폭을 이용해 하향 100Mbps 이상의 무선통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13년 상용화 계획이다.
이코노믹 리뷰 박영주 기자 yjp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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