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국가 주력 사업인 조선업계 종사 인력이 1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형 조선사 직원들의 정년 퇴임수 증가 및 수주 급감에 따른 중소 조선사들의 휴ㆍ폐업 등으로 일자리가 1년 만에 1만개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조선소 내에서 함께 근무하는 협력업체 인력 수 감소 폭이 두드러지면서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협회(회장 남상태)가 최근 발간한 2010년 조선업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협회 소속 9개사의 종사 인력수(협력업체 포함)는 지난 2009년 대비 8.1% 감소한 9만6720명으로 집계됐다. 조선업계 종사자 수가 줄어든 것은 IMF 외환위기가 터진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조선협회 통계는 우리나라 전체 조선산업의 90%를 차지하는 현대중공업ㆍ현대삼호중공업ㆍ현대미포조선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ㆍ한진중공업ㆍ신아SBㆍ대신조선 등 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취합된 것이다.
본격 호황기로 접어들었던 2000년 5만4573명이었던 조선 인력 수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 2007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 조선업황이 급락한 2008년에도 10만명대 인력 규모를 유지한 뒤 지난해 10만518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만명 가까운 인력이 직장을 떠났다.
이들 9개사에 성동조선해양ㆍ대한조선ㆍ삼호조선ㆍ21세기조선ㆍSPP조선ㆍ세광조선ㆍ오리엔트조선 등 협회에 가입돼있지 않은 신흥ㆍ중소 조선사를 포함한 총 16개사 종업원수도 7.0% 감소한 11만7746명을 기록했다.
눈여겨 볼 점은 조선소 내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내 협력사 직원, 즉 하도급 업체 직원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개 회원사의 본사 인력수(기술직ㆍ기능직ㆍ사무직)는 4만4564명으로 2366명이 줄어든 반면 협력사 직원수는 5만2066명으로 6102명이나 줄었다.
협력사 인원수는 2000년대 들어 조선업 호황에 따라 급격히 증가해 2000년 당시 전체 종업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3%였다가 2006년 52.3%로 과반수를 넘어섰고, 2007~2009년 기간 동안에는 55%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53.8%로 떨어졌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 협력사들도 원청업체인 조선소가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지자 새로운 일거리를 잡지 못해 동반 폐업하고 있고, 그나마 생존하고 있는 업체들 중에서도 일감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10년 이상 걸쳐 지속된 조선업계 호황이 붕괴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외형 확대 경쟁이 한풀 꺾인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그룹 3개사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빅4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조사 대상 조선사들이 모두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라 올해 인력의 이탈 규모는 더욱 클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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