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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국의 양적완화 공조 제안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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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독일은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고, 유럽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기를 거절했으며, 그리스는 최후 통첩을 받았다.


지난 16,17일 이틀동안 폴란드에서 열렸던 유럽재무장관 회의는 유동성확대와 재정 지출 확대 정책의 국제적 공조를 기대했던 미국의 희망에 찬 물을 끼얹었다.

이번 회담에는 이례적으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참석함으로써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때 시행된 은행에 대한 직접 자금 투입이나, 유럽중앙은행(ECB)를 활용한 은행 보유 자산의 액면가 매입과 같은 유동성 완화 조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회담 결과는 이같은 미국식 통화 정책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또 현재의 유럽 부채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지도 않아,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럽계 은행들의 신용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이틀간의 회담이 끝난 뒤 유럽 재무장관회담의 장 끌로드 융커 의장은 “우리는 비회원멤버(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와 함께 유럽재정안정기금을 확대하거나 증액시키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융커 의장은 “유럽 재무장관들은 지난 7월 하순 유럽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제2금융권에서의 국채 매입을 위해 기금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재확인했으며, 은행을 재구조화(자본 확충)시키고 예방적 크레딧 라인을 제공하기 위한 기금의 강화 방안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은 “우리는 통화정책으로 진정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유럽식의 모델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라고 명시적으로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써 지난 14일 미국 연방은행과, ECB, 영국 중앙은행 등 선진 5개 중앙은행이 긴급 발표한 달러화 스왑라인 개설이라는 국제 공조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유럽중앙은행 이사협의회 멤버인 옌스 와이드만은 독일의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 위기 상황을 핑계로 기존의 모든 통화정책의 원칙들을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고 밝힌 것으로 이 통신은 보도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총재이기도 한 와이드만은 “사람들이 일단 한번 통화 정책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항상 그것을 계속 사용해야될 만한 이유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라고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 연방은행의 결정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함께 메르켈 독일 총리 정권의 연정 파트너인 독일의 기독교 사회동맹(CSU)은 “만일 그리스가 유럽공동체와 ECB,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가 설정한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리스는 유로존을 떠나야만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외신들은 그리스 국채 유예 계획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참가하는 민간 금융기관의 비율이 90%를 넘어야 하지만, 마감 시한인 지난 주말까지도 75% 수준에 머물러 그리스 구제계획이 난관에 부닥친 것으로 보도했다.


이와 함께 IMF는 이번주로 예정된 파판드레우스 그리스 총리와 라가르드 총재와의 회동을 다음달로 연기하고 그때까지 2차분 지원을 보류키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당초 그리스는 이번주내에 IMF등과의 실사를 마치고 추가 지원분을 받기로 되어 있어으나, 이같은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파산 선언이 공식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그리스 정부의 운용재원이 약 3주 가량만 버틸 수 있을 정도이며, 그때까지 추가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그리스의 파산 선언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국내 정세는 자영업자들이 조세 거부에 나서고, 심지어 세무공무원까지 파업에 동참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어 그리스가 유럽공동체 등 지원기관들과 약속한 긴축 및 재정흑자 계획은 달성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독일뿐만 아니라, 지난 14일 의회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 확대안을 부결시켰던 오스트리아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펙터 재무장관은 “유럽보다도 훨씬 재무상태가 나쁜 미국이 유럽국가들에게 제안을 한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고 꼬집으면서, “유럽이 미국에게 충고했을 때는 듣지 않더니, 오히려 우리에게 충고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독일 및 북구 국가들의 이같은 강경한 태도가 지속되는 한 유럽 사태는 그리스의 ‘통제된 파산’과 유럽계 은행들의 연쇄 도산 내지는 이를 막기 위한 각국의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리스 파산의 '통제'가 과연 가능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한 유럽계 은행,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은행들의 유동성/건전성 위기는 국가 재정을 통해 지원할 경우 해당 국가의 재정상태까지 같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즉 가뜩이나 긴축재정이 강요되는 판에 정부가 지원자금을 어떻게 충당할지도 문제이며, 이를 어찌 충당한다 치더라도 그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유럽계 은행들의 자구책도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CNBC는 유럽계 은행들이 급매물로 내놓은 자산이 앞으로 2년동안 약 2조1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자산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신흥시장 국가(BRICs)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독일등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첫째는 더 이상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부채 위기 국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사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 재정공동체 같은 법제화된 공동 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회원국가가 재정 약속을 어길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취약점을 그리스를 파산시켜 혼란이 오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다잡겠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영국 등의 앵글로 색슨 경제모델에 대한 거부감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북구 국가들이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단순히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의 차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과 유럽 대륙 사이에는 각기 다른 사회경제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끝없는 신용팽창을 통해 금융자본을 먹여 살리는 앵글로 색슨 모델은 산업자본이 확고하게 우위에 서있는 독일로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체제이다.


따라서 독일의 입장에서는 “ECB와 긴밀히 협력하여”라는 가이트너의 제안은 유럽의 정책 결정에서 금융자본이 우위에 서고 이를 바탕으로 양적완화와 재정 확대책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으로 판단하고 확실한 거부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과의 국제 공조가 일단 무산됨으로써 향후 미국의 정책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블딥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상태에서 신용축소를 우려하는 미국의 금융자본과 연준(Fed)으로서는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지난 2009년 초와 같은 국제적인 동시적 팽창정책이 선결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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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고리인 유럽이 위기 중임에 불구하고 신용확대책에 반대를 나타냈고, 또 다른 파트너인 중국은 이미 이달 초 “경제 성장보다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며 간접적으로 동참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만일 현재 조건이 유지된다면, 차후 있을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제3차 양적완화(QE3)와 같은 신용 팽창 정책이 결정될 경우, 상당한 정도의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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