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업 애착 강해···현대로템에 강하게 질책
“경영진이 직접 책임져야···인력 보강하고 투자 강화하라”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운행장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국산 고속철도 KTX산천과 관련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로템 경영진들을 강하게 질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민호 현대로템 사장은 16일 오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 회장이) 우리에게 굉장히 강하게 질책하고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이어 “정 회장이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좀 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인력도 보강해서 안정화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며 “특히 경영진이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대로템 경영진들은 매일 오전 7시 대책회의를 열어 인력·자재 지원 등 사소한것까지 모든 것을 챙기는 등 사태 해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정 회장은 철도 사업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정공 사장으로 있던 그는 지난 1985년 계열사였던 현대차량을 흡수합병하면서 철도차량을 주력사업으로 성장·발전시킨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현대차량은 아버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 “우리가 만든 열차로 서울에서 출발해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건너 모스크바로 가고 싶다”는 뜻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했던 현대차량을 흡수합병했으니, 철도차량을 키우겠다는 열망도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사업을 맡은 후 철도차량 사업은 고성장을 거듭했으며, 1991년 8인승 자기부상열차인 ‘HML-02’를 선 보인데 이어 1994년에는 프랑스 알스톰과 함께 경부고속전철 철도 공급업체로 선정됨과 동시에 정부의 한국형 차세대 고속전철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2002년 4월12일 철도차량이 독립해 설립된 현대로템은 국내 최초로 경부고속전철 1호 열차를 출고하며 한반도에 고속철도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성장은 정 회장의 강력한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 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도 창원공장을 못 내려가는 대신 자주 전화를 걸어 KTX산천은 물론 차세대 초고속 전동차인 ‘HEMU-400X’(일명 KTX-III)의 제작과정을 챙기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공을 들여 만들어낸 KTX산천 문제가 끊이질 않자, ‘품질경영’, ‘기술경영’을 생명으로 여기고 있는 정 회장의 자부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 사장은 “현대·기아차는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던 회사에서 품질을 리딩하는 업체로 성장해 가고 있다”며 “현대로템도 그런 명성에 흠이 안가도록 모든 임직원들이 새로운 각오로 보강을 해서 결심을 했다. 오는 19일 창원공장에서 열리는 ‘완벽품질 결의대회’에서도 회사 전 임직원과 200개 협력사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서 난관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KTX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다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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