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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률의 올댓USA]자살 충격에 휩싸인 N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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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스피드와 파워 그리고 주먹질까지 터프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NHL에 열광하는 팬들은 상당수며 충성도 또한 대단히 높다. 이 때문에 팬들 역시 다른 북미 프로스포츠에 비해 무척이나 과격하다.


NHL에서 가장 남성적인 대목은 아이스링크 위에서 행해지는 주먹 다툼이다. 헬멧을 집어 던진 채 맨 주먹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장면은 팬들과 시청자들을 열광시킨다. 때론 경기 승패보다도 짜릿하다. 주먹 싸움이 발생하는 것조차 남성적이다. 강한 보디체크로 부상당한 동료에 대한 보복, 경기 흐름 전환, 팀워크 단합, 상대 위협 등에서 비롯돼 극적이다.

주먹 싸움에서 특이한 점은 싸움에 발 벗고 나서는 '해결사'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인포서(enforcer)라고 불리는 이들 해결사들은 아이스하키 실력은 떨어져 경기 시간이 많지 않으나 거친 인상과 큰 체구를 앞세워 동료를 보호하고 몸싸움과 주먹다짐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먹 싸움에 관심을 많이 쏟다보니 인포서에 대한 인기는 대단하다. 동료를 보호해 주고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줘 많은 사랑을 받는다. 골잡이가 아니더라도 연봉 수백만 달러 이상을 쉽게 손에 쥐며 은퇴 뒤에는 TV 해설자 등으로도 위촉된다.

이런 인포서에 대한 관심이 2011~12 정규시즌을 앞두고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다름 아닌 최근 잇따른 인포서들의 자살 사건 때문이다. 지난달 15일과 31일 릭 리피엔과 웨이드 빌랙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작 27세인 리피엔은 팀을 재창단한 캐나다 위니펙 제츠와 계약한 뒤, 빌랙은 최근 은퇴 뒤 해설자 데뷔를 앞둔 상태여서 둘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


리피엔과 빌랙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이 났지만 이들이 자살까지 하게 된 배경은 인포서로서 겪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었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라 NHL 및 팬들의 반응은 충격적이다. 인포서들이 싸움을 자주 치르면서 특히 머리에 손상을 입게 됐으며 아무리 싸움꾼이라 해도 경기를 앞두고는 늘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겪었다는 것이 사망한 가족과 동료들의 주장이다.


인포서 측근들이 전하는 구체적인 병명은 이상 행동과 인지 기능 저하 그리고 치매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으로 이를 앓게 되면 술과 약물에 의존하기 쉽다. 마침 전직 인포서로 지난해 심장마비로 사망한 밥 프로버트나 지난 5월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숨진 데릭 부가드의 부검 결과에서도 모두 CTE가 검출됐다. 다만 CTE가 인포서라는 직업 때문에 얻게 된 상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더구나 CTE가 사체의 뇌에서만 검출되는 특성으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역 인포서들이 전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뇌진탕 충격에 늘 사로잡혀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기를 앞두고 겪는 압박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이적을 통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선수가 적이 되고 적이었던 선수가 동료로 바뀌면서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인포서의 경우 주먹싸움에서 지면 선수 생명이 끝이라고 여겨져 연민의 정을 느껴서는 곤란해진다.


동료를 보호하고 팬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인포서. 이들의 자살이 동료 인포서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과연 인포서는 누가 지켜줄 것이냐는 동정론이 NHL에서 일고 있다.


참고로 NHL에선 무작정으로 행해지는 주먹 싸움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 스틱과 장갑 등을 벗어던지고 합의 하에 벌이는 싸움에 대해선 막지 않는다. 싸움만으로 퇴장 명령을 내리지 않는 가운데 5분간의 패널티만 부과한다. 싸울 땐 상대방이 가격에 의해 빙판에 넘어지거나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즉각 중지시킨다. 주먹이 나오지 않고 시간만 끌어도 싸움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심한 부상을 이어질 수 있는 머리 가격 등에서도 제재를 가한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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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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