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유통업계 CEO '유통분야 동반성장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공정위, 수수료 인하 압박 vs 유통업 '준비된 내용없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판매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방안에 대해 말씀이 있으시길 기대합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유통분야 동반성장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에서부터 유통업계를 압박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내 3대 백화점과 3대 대형마트, 5개 홈쇼핑 업체 대표들이 빠짐없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30분부터 간담회가 시작됐다. 간담회에 앞서 업계 대표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환담을 나눴다.
그러나 이도 잠시, 김 위원장이 자리에 들어서고 “수평적·수직적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다가오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많다”며 “유통업계와 중소납품업체가 공생발전(共生發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인사말을 시작하면서 CEO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의 요구나 사회 분위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협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고, “중소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판매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방안에 대해 말씀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판매수수료 인하를 직접 주문했다.
간담회 좌석배치에서도 공정위의 수수료 인하 의지가 묻어났다. 1m 폭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김 위원장 맞은편에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와 최병렬 이마트 대표가 자리에 앉았다. 매출이 많은 업계 대표를 앞에 두고 실질적인 답을 얻어내겠다는 것.
하지만 공정위원장의 이 같은 압박이 진행중인 회의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의에 앞서 CEO들은 '준비한 내용이 없다', '회의를 들어봐야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공정위의 수수료 압박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췄다. 한 백화점 대표는 "압박으로 되는 일이 뭐 있겠어요"라며 공정위의 압박에 반대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무작정 수수료를 낮춘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판매금 50억원 미만의 중소 협력업체에 대해 수수료를 낮추도록 강제한다면 아예 그 업체들과 거래를 끊어버리면서 중소업체가 고사(枯死)하는 역기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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