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박종서 기자]자문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된다.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의 특성상 하락장에서 손절매 물량이 폭주해 하락세를 더욱 부채질한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자문형 랩의 고객별 1:1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을 강화해 분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모범투자규준을 만들고 손절매 기준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토록 할 방침이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문사, 증권사별로 제각각인 자문형 랩 관련 기준을 통일해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다. '집단주문' 체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구성을 개인 고객별 재산 정도 등에 세분화해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1:1 고객 맞춤형 자문형 랩상품이 나오도록 연령, 위험성, 투자성향, 투자목적 등으로 세분화해 모범투자규준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 증권업계와 TF팀을 만들어 논의하고 있는데 빠르면 내년 1월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문형 랩은 운용사에 큰 폭의 자율권이 부여된 일종의 사모펀드로 자산편입 비율 등에 규제가 있는 펀드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여러 상품에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분산투자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강세장에서 고수익을 누릴 수 있지만, 조정기나 급락장에선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약점이다.
대부분의 자문사들은 그동안 자동차ㆍ화학ㆍ정유 등의 주도주에 집중 투자했는데 이들 업종이 이번 급락장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해 적지 않은 손절매 물량이 쏟아졌다. 결국 이런 투매물량이 주가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일부 자문사는 차ㆍ화ㆍ정에 투자한 비중이 75%를 넘을 정도로 무리한 '몰빵' 투자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4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달 15일 기준 자문형 랩 잔액은 7조5982억원으로 파악됐다. 한달 전 9조1447억 원에 비해 자산규모가 16.9% 줄어든 것이다. 또 주가 폭락 직전인 7월 말 9조342억 원과 비교해도 15.9% 줄었다. 그만큼 주가 하락 폭이 컸고, 손절매에 따른 투매물량도 상당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자문사들의 로스컷(손절매)의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변동성이 심한 증시에서 10~20% 손실 발생 시 로스컷을 강제하는 것은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측면이 강해 자문형랩 시장의 주식비중은 20~30% 정도 밖에 안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문형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병욱 이화여대 교수는 "자문사, 운용사, 개인투자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합의해 강제적인 로스컷을 유예 하는 것이 좋은 대응책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자문형 랩에 대한 운용전략, 위험관리 기준 등을 재정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박종서 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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