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을 믿지 않는다는 언급을 직접 한 바 있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가 주도하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위키리크스 공개 비밀 외교전문에 드러났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국무부 비밀 외교전문중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8월29일 국무부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같은달 16일 방북중이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오찬면담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현 회장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의 25일 조찬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외교전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남북관계 어려움의 주 원인은 남북간 신뢰부족"이라며 한국 정부가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의 정신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두 정상합의문의 남측 서명자들(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으며, 그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주영,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을 언급하면서 '의리'를 강조했다고 전문은 보고했다.
김 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과거 정부에서 북한문제를 다룬 지식과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이 이명박 정부에서 활용되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하면서 "과거 북한문제를 다뤄온 통일부가 북한을 이해하지 않는 조직인 외교부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일본 문제와 관련, 김 위원장은 북·일 관계는 "과거보다 훨씬 악화됐다"고 언급했으며, 북한의 다른 고위당국자는 이와는 별개로 김 위원장이 평양 거리에서 일제 차량을 다니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현 회장에게 전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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