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매수세 지속 여부, 아직 판단 어려워"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외국인 투자자가 9월 첫날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8월 코스피 시장에서 5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이 사흘 연속 현·선물 동반 순매수에 나서자 외국인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외인 매수세의 추세적 유입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외인, 계속 살까?=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950억원(잠정치) 상당을 순매수했다. 지난 7월8일 이후 최대 규모로 당시 외국인은 1조720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외국인의 매수액에는 KB금융 자사주 블록딜 물량이 포함되어 있었다. KB금융은 1조8000억원 상당의 블록딜을 진행했었다. 외국인은 지난 30일과 31일에도 각각 1980억원, 268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변화가 감지됐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은 아직 신중한 편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늘 외국인 매수는 주로 노무라증권 창구로 집중됐다"며 "프로그램 비차익매수를 통해 '묶어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되는데 숏커버링(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인지 새로운 자산 배분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전날 이탈리아 국채 만기상환이 예상 보다 잘 이뤄진데다 글로벌 증시 역시 호조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대규모로 들어왔다"며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문제 같은 변수가 여전해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들어올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미국 뮤추얼펀드 흐름은 보다 양호해졌다"며 "적어도 8월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던 '매도 일변도'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사도 여전히 불안..'올라도 걱정'=외국인이 두 달 만에 가장 큰 규모를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개인이 '팔자'에 나서면서 이날 상승폭은 0.59포인트(0.03%)에 머물렀다. 지수가 장중 1900선을 넘어서자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많았던 것. 이날 기관과 개인은 각각 2690억원, 684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장중 코스피가 2주 만에 1900선 위로 올라서자 기관과 개인의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오후 한때 코스피는 하락전환하기도 했다. 추가상승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늘 장중 상황은 '9월 주식시장에도 점검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며 "장 초반 상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 심리 덕이었는데 이러한 판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들어 미국 7월 개인소비와 신규공장주문 등의 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반응했지만 8월 상황을 반영해 이달에 나올 지표들은 언제든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오태동 팀장은 "미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공화당이 협조해 줄지는 알 수 없고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중요한 이벤트가 남아있어 9월 주식시장은 박스권 안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1900선에서는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않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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