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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관치금융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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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관치금융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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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요즘은 행정지도만 해도 관치금융이라고 몰아부치는 분위기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의 푸념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면 금융권에서 관치금융 시비가 불거져 '당국=반(反)시장 공동체'로 공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일부 시중은행이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며 시장 불안감을 키운 것도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규제 탓으로 돌려지고 있다. 관련 추가 대책에 대해 은행권이 관치금융이라며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자 "그럴만하다"는 정서가 감지되고 있다.

당국도 할 말이 많다. 지난 6월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때 부채 규모 상황을 봐가며 초과대출 준비금 적립, 고위험 대출 관리 강화 등 후속 조치를 강구한다며 신호를 보냈는데 이제와서 각 은행들이 고압적인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가계부채가 6조원 가량 증가하는 등 위험 단계를 넘었는데도 당국의 주문에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치금융'이란 말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발효하면서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와 자금배분 등에 직접 개입하는 행태를 두고 하는 부정적 용어인데, 해당법안이 폐지된 이후에도 이따금 정부가 시장 자율을 침해하는 조치를 취할 때 언론에 등장하곤 했다.


최근에는 '관치금융'이란 말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쉽게 말해 별 것도 아닌데, 또는 정부가 의당 할 일을 하고 있는데도 금융권에서 관치금융 운운하는 사례가 잦다는 얘기다.  


금융권 시각에서 시장친화적인 조치가 아니면 거리낌없이 관치금융 시비가 일어나기 일쑤다. 2000년대 들어 금융권 전반에 실적 중심주의가 만연하면서 수익성을 갉아먹는 조치들은 예외없이 관치금융 범주에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금융당국을 위축시켜 선제대응 타이밍을 잡는 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활한 금융시스템은 시장참여자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균형이 무너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시장 발전을 위한 규칙 제정과 적용은 정부의 몫임은 자명하다. 문제의 초점은 그 내용이 시장친화적인가, 반시장적인가에 있는 것이지 규칙 그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중심의 신자유주의 물결도 한발 물러나고 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시장의 룰을 어긴 시장 참여자가 관치금융 시비를 일으켜 공무원의 손발을 묶는 이른바 '관치금융의 역설'이 우려되기에 하는 말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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