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이 어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고 사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며 대기업 총수들의 선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총수들은 공생발전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하고 고용과 투자, 동반성장 확대로 답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별 알맹이 없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더불어 함께 잘살자'는 공생발전의 취지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체성 없는 구호를 내걸고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간담회 때도 이 대통령과 총수들은 동반성장이 결실을 이루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등 떠밀고 기업은 마지못해 움직이는 시늉을 한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동시에 사회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충돌의 소지가 있는 양자가 조화롭게 굴러가도록 역할을 하는 게 정부다. 동반성장이든 공생발전이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기름값을 비롯한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서 보듯 기업의 손목을 비틀면서 한편으로 공생발전을 주문한다면 기업이 나서겠는가.
정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등 떠밀기로는 한계가 있다. 공생발전의 실체와 대기업의 할 일이 무엇인지 메시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투자를 강요할 게 아니라 규제 개혁, 세제 개편 등 투자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환경이 마련되면 투자하지 말라 해도 투자할 것이고, 자연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언제까지 총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압박하는 식으로 기업의 변화만을 요구할 것인가. 그런 식의 간담회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도 변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갈등의 중심에 대기업이 서 있다. 고용을 얼마 더 늘리고 투자는 얼마 더 확대한다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와 대기업이 만나 '공생발전'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로 다짐했다면 양측은 더 고민하고 진실성 있는 해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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