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부분 한도 소진…대출금리 인상
[아시아경제 조태진ㆍ박민규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방침이다. 이미 몇몇 은행들은 일부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올린 상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농협도 내달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올려 신규 대출을 억제할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폭은 0.1~0.2%포인트 가량, 신용대출의 경우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가 오를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주문한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월 0.6%)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달 가계대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현재 64조2814억원으로 전월말보다 4270억원(0.66%) 늘어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0.6%를 넘겼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60조1780억원으로 3540억원(0.59%) 증가해 한도가 목전까지 찼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은 50조5720억원으로 이달 들어 2627억원(0.52%) 증가해 가계대출 여력이 약 39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협은 이미 지난 17일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 그나마 국민은행은 이달 가계대출 증가율이 0.44%로 한도가 1625억원 가량 남은 상태다.
주요 은행들이 사실상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면서 은행 대출모집인들도 밥줄이 끊긴 상태다.
최근 전세난으로 전세자금대출이 늘어 다음달에도 가계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율은 9.0%에 달했고 이달에도 17일까지 3.1%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금리인상 조치가 서민 부담을 높이는 것인 만큼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개입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마케팅 전략의 일환에서 결정하고 고객들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시장 메커니즘의 문제이기 때문에 규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 금리 인상 이유에 따라 개입할 가능성도 남겼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은행권 금리 인상 기류를 좋게 보지는 않는다"며 "오는 9월 추석 명절 등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이유가 납득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자제를 위한 지도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태진 기자 tjjo@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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