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영된 Mnet <슈퍼스타K 3> 첫 회는 세 번째 시즌까지 달려오고 있는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스스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역예선에서 눈에 띄는 인물들만 나열됐던 이전 시즌들의 첫 회에 비해, 시즌 3의 첫 회는 앞으로 <슈퍼스타K 3>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미리 보여주는 전개도와도 같았다. 거기에는 씨름소년 김도현처럼 이미지 반전의 순간을 선사하는 참가자가 있고, 최아란처럼 100% 웃음을 줄 수 있는 참가자가 있으며, 다른 참가자들을 ‘올킬’시킨 초등학생 손예림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이미지와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 것은 <슈퍼스타K 3>의 편집 기술이다. 기억하자. 우리가 이미 끝난 지역예선을 보고 있는 현재도 <슈퍼스타K 3>의 다음 단계는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그렇기에 모든 편집은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 과연 자신만의 공식을 세우는 데 성공한 이 프로그램이 첫 회에서 암시한 내용은 무엇일지, 각 참가자들의 유형에 따라 정리해보았다.
AD
“강하다.” 싸이가 미국 교포 청년 세 명으로 이루어진 힙합 그룹 옐로우 보이즈를 보자마자 내뱉은 이 말은, 이들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도 적확한 표현이다. <슈퍼스타K 3>의 시작이었던 19세 씨름선수 김도현은 빨간 쫄쫄이 바지를 입고 샅바를 두른 채 맨발로 지축을 흔들며 오디션장에 들어섰고, 옐로우 보이즈는 “JUDGE 찌찌 만지고 싶어요”라며 나름대로 라임은 맞췄지만 어쩐지 찜찜한 즉흥 랩을 선보이며 껄렁한 태도로 등장했다. 이하늘은 김도현에게 “이대로 합격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심사평을, 이승철은 옐로우 보이즈에게 “왜 뽑아야되는지 모르겠다”고 못마땅한 심경을 드러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슈퍼위크 진출에 성공했다. 김도현은 음색에 별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슈퍼위크 통과가 위태롭고, 패스트푸드점에서 난동 부리는 과거영상이 공개된 옐로우 보이즈는 슈퍼위크 진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운 좋게 이번 위기를 넘기고 열심히 하면 탑10 진출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한 번 찍힌 자에게 탑10은 어차피 별 의미가 없는 자리다. 시즌 2에서 시청자들의 눈 밖에 나 첫 번째 생방송 무대에서 탈락했던 김그림을 기억하라.
<슈퍼스타K 3> 예고편에서 탈락 후 벽의 판넬을 부수면서 “윤종신~!”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며 눈길을 끈 건 최아란이었다. 첫 회에서도 카메라는 오디션 전부터 최아란의 모습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담아냈다. 최아란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목을 푸는 대신 심사위원들을 유혹할 윙크와 웨이브를 연습했지만 정작 심사위원인 이현우와 윤종신, 이하늘은 채연의 ‘흔들려’를 부르며 윙크를 하고 춤을 추는 그의 모습에 당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최아란은 지역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그의 무대는 여느 합격자 이상으로 오랜 시간동안 노출되었고 다음 날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하루 종일 올라 있던 최아란의 이름은 <슈퍼스타K 3>의 초반 입소문에 한 몫을 했다. 뛰어난 실력이나 절절한 사연과 상관없이 초반 화제몰이에 필요한 인물을 픽업하는 <슈퍼스타K 3>만의 노하우가 잘 드러난 케이스인 셈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 Back’과 승리의 ‘Strong Baby’에 맞춰 매혹적인 섹시 댄스를 춘 이준호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비록 탈락했지만, 오늘의 탈락은 내일의 본선 특별무대 출연을 위한 예약티켓일 수도 있다. 되새겨보자. <슈퍼스타K> 시즌 1과 2의 ‘락통령’ 고준규와 ‘힙통령’ 장문복이 생방송 무대에서 각각 소찬휘, 아웃사이더와 함께 얼마나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줬던지. 최아란이라고 이효리 혹은 채연과 합동무대를 꾸미지 말란 법은 없다.
지난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는 강승윤이었다. 윤종신은 기타를 튜닝도 하지 않은 채 연주할 정도로 기본이 되어 있지 않던 강승윤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본 끝에 ‘본능적으로’의 무대를 프로듀싱해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번 시즌 첫 회에서 김아란과 김민석이 나타났을 때, 그들에게서 남들이 가지지 못한 매력을 발견한 윤종신의 눈은 매처럼 매서워졌다. 김아란은 맑은 목소리 외에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과 좋은 표현력이 돋보이고, 김민석은 “10개 중에 8개가 좋지 않지만” 윤종신의 눈에는 뭔가 보이는 게 하나 있다. 특히 부모 대신 할머니의 손에서 키워진 개인사가 함께 드러난 김민석이 지역예선 합격 후 전화를 걸어 “할매, 내 붙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짧은 순간 그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결국 김민석은 그가 겪었던 인생역정과 “제가 프로듀서라면 한 번 손 대고 싶은 매력”이 있다는 윤종신의 묘한 심사평이 맞물려, <슈퍼스타K 3>에서 보여줄 성장담이 기대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물론 김아란은 일반적인 대중가요를 어떻게 소화하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김민석은 처진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두 원석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는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필요에 따라 윤종신이 강승윤에게 준 ‘본능적으로’처럼 본인에게 어울리는 곡을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가족사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부터 듣는 이를 한 순간에 집중시키는 뛰어난 노래 실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경찰 홍보단 상병 박필규와 초등학교 4학년인 손예림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손예림이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참가자의 가족들을 부럽게 바라볼 때, 박필규가 어머니의 품에 오랜만에 안길 때 짓는 애잔한 표정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찡한 사연이 가슴을 울릴 때쯤, 두 사람이 각각 들려준 노래는 감동을 더욱 확장시켰다. <슈퍼스타K 3>는 오디션 참여곡을 부분적으로만 들려줬던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박필규와 손예림의 노래만큼은 완곡을 들려주며 두 참가자가 앞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임을 암시했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삽입되는 심사위원들의 리액션컷도 심상치 않았다. 박필규의 노래가 흐르는 내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승철의 표정이 클로즈업 됐고, 손예림이 블루스의 느낌을 살리며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르자 정엽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두 사람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지만, 탑10을 살짝 기대하게 되는 건 왜일까. 아픈 개인사와 뛰어난 실력, 각각 의경과 ‘초딩’이라는 특수한 위치의 조합이 이들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 자리에 올려놓았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