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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줄리아 로버츠와 톰 행크스인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귀여운 여인>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조합인데 무슨 걱정이겠냐고요. 하지만 그건 20년 전 이야기더라고요. 이제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 공주보다는 왕과 왕비가 되어버린 이 배우들의 화려한 무게감은 <로맨틱 크라운>에서 그들을 안전하고도 심심한 왕국에 잡아 놓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래리 크라운은 실직자로서의 아픔이나, 늦깎이 대학생으로서의 어려움보다는 직업과 상황을 초월한 존재로 미화되고, 상대적으로 모든 걸 가진 여교수 테이노는 가정과 직업에 느낀 권태의 해결책을 의외로 시시하게 내놓고 맙니다. 중년의 로맨스니 그냥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거 아니냐고요? 그런 분들은 SBS <짝> ‘돌싱편’을 참고하세요. 나이가 들수록 어렵고 처절해 지는 것이 사랑임을 알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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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네마테크, 하면 어딘가 음침한 영화광들의 소굴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건 <몽상가들>의 소년, 소녀들이 누벨바그의 물결에 휘감기던 시대의 이야기구요. 그리 멀리가지 않아도 개봉영화와는 다른 맛과 색을 가진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극장들이 가득합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곳은 건국대 안에 있는 KU시네마테크@kucinema 인데요. 8월 21일 일요일 3시에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환타스틱모던 가야그머>의 상영과 함께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 씨의 미니콘서트가 열린다고 해요. 일요일의 캠퍼스! 어쩌면 당신의 인연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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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아마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 중 지존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의 영화의 많은 주인공들은 모여서 술을 마시며 연애사를 풀어놓거나, “우리 짐승은 되지 말자”고 다짐할 실수를 술 취해서 또 반복 하고, 술김에 옛 연인을 무작정 찾아가 ‘땡깡’을 피워댔죠. 물론 9월 8일 개봉을 앞둔 홍상수의 신작 <북촌방향>@JEONWONSA의 주인공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CINDI_FF의 개막작으로 <북촌방향>을 보고 나오는 길, 이상하게도 술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먹었던 술도 확 깨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 장면, 주인공 유준상의 놀란 듯한 얼굴의 클로즈업. 그것은 누군가의 호통이나 꾸짖음 때문이 아니었어요. 피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그건 바로 자각이라는 것이 찾아온 남자의 표정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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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르 챙 혹은 미스터 차우, 켄 정 혹은 정강조. <행 오버2>로 한국을 찾은 켄 정은 정말이지 한국이 낳고 미국이 기른 세계 유산급 ‘돌+I’더군요. 요염과 도발, 포효와 고독, 엽기와 발랄. 포토존에서 그가 보여준 기상천외한 포즈들은 숙취가 있을 때 보면 다시 술집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요. 다음 주, <10 아시아>가 낳고 독자 여러분이 기른 국보급 ‘돌+I’ 윤희성 기자 @highsoong와 켄 정의 (마음만) 벌거벗은 만남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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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을 가고 싶었지만 못간 분들 너무 슬퍼 마세요. 서울 한복판에서도 음악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이름하여 ‘樂 & DOCU: 음악다큐멘터리’! 한국영상자료원내 시네마테크KOFA@Film_Archive에서 8월 19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입니다. 마틴 스콜세지의 <라스트 왈츠> <다큐멘터리 한대수> <우드스톡> <글래스톤베리>까지 시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음악과 축제의 만남이라니, 정말 즐겁지 아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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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백은하 기자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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