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CINDI 개막작 <북촌방향>, 우연과 필연에 관한 시간의 미로

시계아이콘01분 5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CINDI 개막작 <북촌방향>, 우연과 필연에 관한 시간의 미로
AD


홍상수 감독은 국내 감독 중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인 동시에 가장 생산성이 높은 감독 겸 제작자다. 최근 매해 2편의 영화를 내놓고 있는 그는 지난해 <하하하>와 <옥희의 영화>를 각각 칸과 베니스의 공식 초청작 목록에 올려놓았고 올해 또 다시 2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최근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제) 촬영을 마친 홍상수 감독이 지난 5월 칸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한 <북촌방향>은 17일 개막한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개막식을 장식했다. 이날 국내 첫 공개된 홍상수 감독의 12번째 작품 <북촌방향>은 ‘반복과 변주’ 또는 ‘유사와 차이’라는 영화작가의 키워드가 영화 안팎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전시한다.

<북촌방향>은 네 편의 인기 없는 영화를 만들었으나 현재는 대구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성준(유준상)이 서울 북촌에서 보낸 어느 겨울의 ‘밤과 낮’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무척 간단하면서도 매우 복잡하다. 간단히 줄이면 대강 이렇다.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러 서울에 온 성준은 옛 여자친구 경진(김보경)과 하룻밤을 보낸 뒤 영호, 영호의 후배인 여교수 보람(송선미), 성준의 영화에 출연할 뻔했던 전직 배우 중원(김의성)과 카페 ‘소설’에서 술을 마신다. 그는 ‘소설’의 주인이자 경진과 똑같이 생긴 예전(김보경)과 두 차례 키스하고 하룻밤을 보낸 뒤 헤어진다.


홍상수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반복과 변주’다. 그가 만든 12편의 영화는 총체적으로나 개별적으로 반복과 변주를 실험한다. <옥희의 영화>를 기점으로 형식적인 측면의 반복과 변주는 더욱 두드러진다. 시간과 동일성의 개념이 기하학적 내러티브의 바탕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북촌방향>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교수와 여제자, 감독과 여자의 인물관계를 다시 가져온 이 영화는 성준이 북촌에서 배회하는 다섯 번의 낮 시간을 나열한다. 다섯 번의 낮으로 구획된 단락은 홍 감독의 이전 영화와 달리 소제목으로 구분되지 않고 곧바로 연결된다. 직선상으로는 다섯 번이지만 관객들은 시간의 미로 속에 빠져 같은 길을 다른 길처럼 돌고 돌다 제자리로 오게 된다.

CINDI 개막작 <북촌방향>, 우연과 필연에 관한 시간의 미로


다섯 번의 낮과 밤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유사하게 반복되지만 조금씩 다르게 진행된다. 예전과 경진은 서로 다른 인물이지만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슨하게 연결된다. 성준과 일행들이 ‘소설’을 찾을 때마다 예전은 늘 자리를 비우다 뒤늦게 나타나 거의 똑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술을 마실 때마다 밖에 나와 담배를 피는 성준은 경진으로부터 문자를 받고 나서 뭔가를 사러 가는 예전을 따라가 키스한다.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날들은 연속적인 것과 반복적인 것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20분 만에 우연히 영화와 관련된 네 사람을 연속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는 보람의 말처럼 영호는 마지막 낮에 자신의 영화와 관련된 네 사람을 우연히 연속적으로 만난다. 성준이 보낸 시간은 하루인가 닷새인가? 성준의 이야기는 사실인가 소설인가?


<북촌방향>에서 시간과 동일성은 반복과 연속, 유사와 차이의 오차범위 안에서 수많은 ‘오해’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우연과 필연이 얽힌 조화(造化)의 개념이 끼어든다. 기묘한 우연의 연속이 실은 ‘조화’의 결과라는 이야기는 극중 성준의 일장연설로 직접 설명된다. 마지막 숏에서 성준이 놀라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자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영화가 암시하는 그 어떤 것도 아닐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오해’처럼 겉모습만 보고 잘못 판단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홍상수 감독은 수많은 의미의 지점들을 모아 그 범위를 연결시켜 거대한 원을 만든다. 그 원 안에서 관객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은 셀 수 없이 많다. <북촌방향>은 가시적인 작은 세계를 통해 우리의 지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의 단면을 추론한다. 그러니 결국 우리가 영화를 통해 단정짓는 모든 것이 ‘오해’라 해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