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지난 몇 주간 유럽 최대 은행 HSBC 등 세계 주요 8개 은행이 6만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규제 강화의 부작용인 금융권 감원 바람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세계 금융산업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감원을 발표한 HSBC와 로이즈뱅킹 그룹 등 세계 8개 은행 중 6개 은행이 유럽 은행들로 각 기관마다 전체인력의 5%씩을 줄일 계획이다.
HSBC와 로이드뱅크는 이미 각각 3만명, 1만5000명을 감원하기로 했으며 앞으로도 그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FT는 "감원 열풍은 단순한 경기침체 위기에 따른 현상이라기보다 전세계 금융기관의 고용 패턴의 '매우 의미있는' 변화"라고 분석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은행 보너스 관행 규제로 유럽 은행들은 EU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급여 총액에 연동해 임직원에게 지급할 보너스 총액을 제한하고, 보너스도 3~5년에 걸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급여 체계 변화로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지난해 전체 직원의 35%가, 크레디트스위스는 37%가 임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보너스가 비용으로 책정되면서 은행들은 감원을 선택했다는 게 FT 분석이다.
감원은 실적이 저조한 투자은행(IB)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특히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바젤Ⅲ 규제안으로 위험성이 높은 사업에 대해서는 완충자본을 더 쌓도록 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글로벌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은행들은 무엇보다 인력감축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50대 은행은 올 들어 최근까지 6만9000명이 넘는 신규 감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해고되는 은행원들은 총 10만1000명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2008년 19만2000명 감원 이후 최대 규모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인력을 줄이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감원 대부분이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점차 미국 은행들까지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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