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은 여러가지로 관심을 모았지만, 특히 청소년들이 반가워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 발전과 국가 위상 상승, 국제화ㆍ세계화 시대를 맞아 해외 여행ㆍ유학ㆍ이민이 늘어나면서 '코스모폴리탄',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세계 시민'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반 총장은 아이돌 스타보다도 더 관심을 끄는 존재다.
'세계인'을 꿈꾸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위직 인물, 지구 정부 격인 세계 최대 국제기구 유엔(UN)의 수장인 반 총장을 만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비결을 듣고 싶어 하기 마련이지 않겠나.
반 총장도 이를 잘 아는 듯, 이번 방한에서 취임 후 첫 국내 청소년 대상 공개 강연으로 화답했다.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서 인천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했고, 14일엔 모교인 충주고등학교 후배들을 만났다.
그런데 반 총장이 청소년들에게 털어 놓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비결'은 다소 뜻밖이었다.
반 총장은 11일 인천대 특강에서 아이들에게 "성숙한 사고를 가진 글로벌 시티즌(Citizen)으로 성장해달라"며 몇 가지 조언을 했다. 정직하라, 성실하라,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쌓으라는 등 '전통적 상식'은 아니었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대의와 비전ㆍ열정을 강조했다. 30여년 간 공직 사회에서 생활해 온 이 치고는 다소 '파격적'이었다.
반 총장은 우선 아이들에게 "낡은 생각, 굳은 생각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하라"며 창의력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그는 "'Business as usual'(평상시와 다름없이 행동하라)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냥 과거에 해오던 대로 한다는 자세는 아무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새롭게 보고 창의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식의 벽을 뛰어넘고 상상의 나래를 펴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시대를 앞서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직 젊은이들만이 이러한 용감성을 갖고 있다"며 "지금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한번 둘러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어 청소년들에게 "가슴 속에 대의와 비전을 품고 열정을 가져라"고 충고했다. 그는 "요즘과 같은 상호의존의 세계에선 남의 입장을 생각하고 나보다 불우한 사람을 돕기 위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웃과 지역사회, 국가 그리고 이 세상을 살기 좋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비판적 사고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 매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문을 제기해 보는 사고방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전세계적으로 정치ㆍ민주화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이슬람 지역의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 상식과 규범처럼 되어 있는 일들이 모두 새로운 각도에서 재검토되고 있는데, 한국 청소년들도 이로부터 교훈을 얻고 넓은 세상을 향해 더 큰 비전을 갖고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 총장의 이같은 충고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내용으로 여겨진다.
한국 청소년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주입식 교육과 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평판이 많다. 또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치열한 비판 의식으로 사회와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던 군사 독재 시절이 지나간 후 기성 세대에 대한 청소년들의 비판 의식도 무뎌지고 있다. 재벌을 중심으로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면서 청소년들이 나만 아는 이기적인 이들로 자라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반 총장의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이 높았던 '환호성' 만큼이나 내용도 귀담아 들었길 바란다. 그리고 "미래의 지도자는 바로 청소년이다"라는 반 총장의 말마따나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의 왜곡된 리더십을 바로잡고 더 나아가 세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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