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라디오 스타’에 박남정, 이주노, 고영욱 출연해 ‘춤꾼 특집’으로 진행됐다. ‘1년에 한번 나오는 것은 활동 축에도 끼지 못 하는’ 이주노와, 교회에서 은혜로운 미니콘서트를 열기도 해 ‘한 번 써본 사람만 안다는’ 박남정, 룰라에서 유일하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룰라의 마지막 자존심 고영욱이 출연했다. 그러나 가장 큰 효과를 얻은 사람은 이주노가 언급한 가수 문명진. 출연진 중 유일하게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것이 바로 외부효과다.
오늘의 대사: “호동이가 밀지, 작가가 밀지 그래도 안 부르면 그건 안 되는거야” -이주노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해탈개그가 왔다. 예능 나오면 불안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다는 이주노의 멘트들은 기로에 서있었다. 술을 부르는 신세한탄이 될 것인가, 웃음으로 승화될 것인가. 음악만 달리 깔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자조적인 멘트이지만 이 곳은 웃을 수밖에 없는 라디오 스타다. 이주노는 결국 자조적 멘트를 넘어 토크를 정리하는 교통경찰관 같은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재밌을 때 까지 얘기를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 같다”며 박남정에게 멘트를 더 할 것을 부추기고, 본인의 얘기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나중에 해야 한다고 멘트의 순서까지 정리했다. 그리고 친분이 있는 강호동과, 오랜 팬이라고 밝힌 ‘무릎 팍 도사’의 작가가 자신을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할 수 있도록 추천했음에도 그동안 출연을 하지 못했던 것을 비관하며 “전 안되나봐요”라고 말하는 자학멘트로 깔끔하게 토크 마무리했다. 이주노가 “1년에 한번 나오는데 이게 무슨 활동이야”라고 말했지만 이것이 1년의 활동을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일지도 모른다.
Best & Worst
Best: 누군가 웃으면 따라 웃게 되는 ‘웃음 전염현상’이란게 있다. 그러나 ‘라디오 스타’는 CG가 터지면 따라 웃게 되는 ‘CG현상’이 존재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방청객을 동원해 웃음 효과를 만들어 내 시청자에게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라디오 스타는 웃음소리를 넣는 것이 아니라 CG로 표시한다. 고영욱에 비해 박남정이나 이주노의 캐릭터는 대중적으로 재밌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멘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가 결정된다. 이주노가 ‘전 안되나봐요’란 멘트를 담담하게 던지면 CG로 화면에 폭죽이 터지고 시청자가 웃을 수 있는 포인트와 흐름을 같이 한다. 이번 ‘춤꾼 특집’ 방송에서는 ‘라디오 스타’의 부제인 ‘엇박자 예능’이란 얘기처럼 전기세를 걱정하는 박남정의 멘트 등의 당혹스러운 멘트들이 희뿌연 연기 CG 효과와 함께 날아다녔지만, 괜찮다. 이곳은 ‘잘 키운 CG 담당자 하나 열 개그맨 안 부러운’ 라디오스타 아닌가.
Worst :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음반을 거꾸로 들으면 ‘피가 모자라’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떠들썩했다. 음원이라는 게 없었던 시절이기에 전국 중고등학교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 음반 테이프를 다 분리해 거꾸로 감는 신기술을 보여준 친구들이 하나쯤 있었을 터. 그야말로 괴소문에 가까운 얘기는 일파만파로 커졌고, 일부 종교 단체는 이 노래가 ‘사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억측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결국 이를 검증하는 뉴스가 나와야 했고,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줬던 뉴스 자료화면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을 뉴스에 등장해야 했다. 인터뷰를 하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 이주노의 모습처럼 그것은 정말 우스운 소문임이 분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논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변한 게 없다. 괴소문과 각종 논란에 시달리는 가수들이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 이주노처럼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토크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올테니.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엇박 멘트에 욕심내는 박남정과 올곧은 안정훈의 특집 추천합니다. 만약 이 특집도 살려낸다면, ‘라디오스타’는 용한 예능클리닉으로 등극.
- 캐릭터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연예인 예약 받습니다.
-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주노에게 기억되는 팬 만자씨, 아이돌 팬덤 계의 대모십니다.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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