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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 김준호│‘바보삼대’부터 ‘감수성’까지 김대희-김준호의 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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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이 말했다. “KBS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 내 3대 파벌은 김대희-김준호파, 이수근-김병만파 그리고 박성호파”라고. 그 중에서 김대희와 김준호는 1999년도 <개콘> 첫 회부터 출연했던 원년멤버이자 13년 동안 개그를 함께 해 온 콤비다. 무엇보다 2년 전 도박사건으로 구속된 김준호가 <개콘>에 복귀할 때까지 김대희가 ‘씁쓸한 인생’ 코너의 형님 자리를 채워줄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무대 위 박수소리를 함께 즐기고 무대 아래 손가락질마저 함께 이겨낸 세월의 힘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코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바보삼대’를 시작으로 ‘집으로’, ‘동물원’, ‘씁쓸한 인생’, ‘미끼’ 그리고 현재 방송중인 ‘감수성’까지 김대희와 김준호의 호흡이 돋보였던 코너들을 짚어보았다.


김대희, 김준호│‘바보삼대’부터 ‘감수성’까지 김대희-김준호의 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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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삼대’ (2002.4~2003.1)
할아버지 김준호-손자 김대희, 바보와 변태사이

두 사람이 직접 꼽은 최고의 코너 ‘바보삼대’에서 손자 김대희가 그냥 바보라면, 할아버지 김준호는 TOP다. 나이와 바보지수가 정비례하는 집안이다. “아버디! 저는 왜 바봅니까?”, “헙! 그건 니가 어렸을 때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서 바보가 됐다.”, “그럼 아버디는요?”, “너 떨어지는 걸 붙잡다가 같이 떨어져서 바보가 됐지. 흐흐” 손자 김대희와 아버지 이태식과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콩트의 지층을 쌓아올리면, 결정적인 한 마디와 함께 정점을 찍는 건 바로 김준호다. “그럼 할아버지는요?”, “밑에서 쳐다보다가 니들 머리에 맞았다. 흐하하하.” ‘바보삼대’의 웃음의 중심은 영광스럽게도 김준호지만, 안타깝게도 더러움의 중심 역시 김준호다. 손자와 아들이 코로 연주했던 멜로디언도, 둘이 사이좋게 앞뒤로 핥아놓은 숟가락도 모두 김준호의 입으로 직행한다. 물론, 절대 혼자 죽진 않는다. 김대희 코에 침을 발랐고, 김대희 입에 뽀뽀를 해댔다. 피를 나눈 형제애보다 더 진한 건, 침을 섞은 동료애다.<#10_LINE#>

김대희, 김준호│‘바보삼대’부터 ‘감수성’까지 김대희-김준호의 13년

‘집으로’ (2004.7~2006.9)
할머니 김준호-옆집 바보대구 김대희, 할머니를 갖고 노는 고단수 바보


‘할매가 뿔났다’의 욕쟁이 할머니 장동민과 ‘선생 김봉투’의 ‘백원만’ 양상국의 원조는 ‘집으로’의 김준호와 김대희다. 평소에는 말없이 손자 홍인규를 챙겨주는 따뜻한 할머니지만, 철부지 손자가 “꼬꼬댁 꼬꼬 닭 먹고 싶다”고 한 번, “털 달린 거 말고 털 없는 거!”라고 두 번, “생닭 말고 튀긴 거!! 할머니 후라이드 몰라?”라고 세 번 투정을 부리면 어김없이 이 한 마디가 날아온다. “그냥 처먹어!!!!” 툭하면 욱하는 김준호의 머리 꼭대기에 감히 올라앉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바보 대구’ 김대희다. 바지 오른쪽을 둥둥 걷어 올리고 오른쪽 손발을 동시에 흔들면서 “함머니 대구 오줌 쌌다”고 말하는 겉모습은 영락없는 동네바보지만, 할머니 몸에서 냄새난다고 투정부리는 홍인규를 따끔하게 정작 본인은 산소마스크를 쓴 채 할머니를 껴안는 등 은근히 김준호의 속을 긁거나 뒤통수를 친다. 김준호와 홍인규의 관계만으로도 영화 ‘집으로’ 패러디는 충분히 가능했겠지만, ‘바보 대구’라는 캐릭터 덕분에 패러디 이상의 코너로 자리매김했다.<#10_LINE#>

김대희, 김준호│‘바보삼대’부터 ‘감수성’까지 김대희-김준호의 13년

‘동물원’ (2006.4~2006.6)
토끼형님 김준호-나무늘보 김대희, 충청도 돌 굴러가는 소리하고 있네!

비록 두 달 만에 폐지된 비운의 코너였지만, 김대희에게는 슬럼프를 극복하는 계기이자 김준호에게는 ‘형님개그’를 실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김준호는 조련사 안영미에게 조르르 달려가 “따쨔가 때려써여(사자가 때렸어요)”라고 앙탈을 부리다가도 곰과 사자 앞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아야, 당근 좀 가져와봐”라 말하는 터프한 형님이다. 물론, 끝에 가서는 부하들이 바닥에 뿌려놓은 콜라를 핥아먹게 되지만. 그 안에서 충청도 출신 나무늘보 김대희는 나무에 매달려 이 모든 상황을 쭉 지켜본다. 전체적으로 코너를 리드하는 건 김준호지만, 관객들의 시선은 나무늘보 김대희가 언제 나무에서 떨어질지 혹은 어느 타이밍에 대사를 할지에 쏠려있다. 오죽했으면 김준호가 “너 때문에 아무도 안 보잖아”라며 뜬금없이 김대희를 때렸을까. 그렇게 사람들이 나무늘보에 열광하고 있는 사이, 김준호는 꾸준한 속도로 ‘당하는 형님’ 캐릭터를 다듬어나갔고 비록 3주에 불과했지만 ‘가문이 영~꽝’이라는 코너를 통해 센 척하지만 유치하고 철없는 조폭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씁쓸한 인생’의 큰 형님을 위한 준비운동이었다. <#10_LINE#>

김대희, 김준호│‘바보삼대’부터 ‘감수성’까지 김대희-김준호의 13년

‘씁쓸한 인생’ (2009.3~2010.3)
큰 형님 김준호-둘째 형님 김대희, 인생의 비극이 무대 위 희극이 되는 웃지 못할 순간


김준호는 “코앞에서 놓친 행운”이라 아쉬워했고 김대희는 “김준호가 놓쳐서 나한테 들어온 행운”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중간에 말을 잘라먹는 쌍둥이 부하, 제일 조폭처럼 생겼으면서 마음이 여린 뭉치, 배신의 아이콘 유상무 상무에게 늘 구박당하며 유행어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을 히트시켰던 김준호는 그 해 8월 도박 사건으로 구속됐고, 김대희는 3주 연속 바지 속에 넣은 풍선이 터질 때까지 펌프질을 당하며 김준호의 빈자리를 채웠다. “어젯밤 꿈속에 예전 형님이 나왔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정말 보고 싶구나.” 김대희가 대사를 끝내자, 진짜 씁쓸한 표정의 김준호가 등장했다. 객석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한 뒤 쉽사리 개그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김준호를 위해 김대희는 그의 머리채를 잡아 당겨 “잘하는 놈이 왜 그랬어? 알면 잘해, 임마!”라 윽박질렀고, 그제야 김준호는 “머리가 간지러운데 아주 잘됐어”라고 받아치면서 원조 형님의 자리로 돌아왔다. 당시 슬럼프로 8개월간 방송을 쉬고 있던 김대희는 김준호의 공백 덕분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고, 사건 이후 개그맨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김준호는 김대희 덕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이건, 씁쓸한 것도 아니고 안 씁쓸한 것도 아니여. <#10_LINE#>

김대희, 김준호│‘바보삼대’부터 ‘감수성’까지 김대희-김준호의 13년

‘미끼’ (2010.9~2011.4)
이장 김준호-형사 김대희, 이제는 아 하면 어, 쿵 하면 짝!


김준호는 한 방에 강하고 김대희는 연기를 잘한다. ‘미끼’는 두 사람의 장점을 잘 살린 코너였다. 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김준호부터 의심하고 보는 김대희가 소위 ‘니쥬’의 역할이라면, 김준호는 김대희가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반전을 만들어낸다. 험상궂은 인상의 김준호는 알고 보면 남남커플 초복(김준현)-아름(김지호)을 응원해주고 김대희를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따뜻한 이장님이다. 더 깊게 파고들면 과거 김준호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동물원’의 토끼 형님이 조련사에게 혀 짧은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던 것처럼, ‘미끼’에서도 김대희가 “이장님 나이가 몇 살이에유?”라고 따지면 볼에 바람을 잔뜩 넣은 채 “칠팁탐살(칠십삼살)입니다. 뿌웅~”이라 받아친다. 김대희가 의심을 하면 김준호가 그 의심을 귀엽게 뒤집어엎고, 반대로 김준호가 공격하면 김대희는 처진 눈매의 ‘바보형사’가 된다. 김준호가 준비한 소품 개그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김대희가 “뭐여, 웃기지도 못하는 거!”라고 살려낸다.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고 애드리브를 간파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10_LINE#>

김대희, 김준호│‘바보삼대’부터 ‘감수성’까지 김대희-김준호의 13년

‘감수성’ (2011.4~현재)
감수왕 김준호-대갈공명 김대희, 구박받는 형님이 돌아왔다!


‘씁쓸한 인생’ 이후 김준호표 형님을 다시 못 보는 줄 알았다. 1년 후 감수왕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더 씁쓸한 인생이다. 위엄 있는 목소리로 “내시인 네가 사약을 마셔보거라!”라는 명령을 내리면, 슬픈 음악이 깔리면서 내시가 섭섭하다는 듯 울먹거린다. “야 미안하다, 내가 말이 좀 심했지?”라고 사과하다가 슬쩍 “아니 너는 내시니까...”라는 변명을 덧붙이려 하면 그 즉시 “내시가 남자는 아니어도 사람이잖아요!”라는 말대답이 돌아온다. 김준호가 자존심을 바닥에 내려놓고 “취소, 퉤퉤퉤”라고 말해야 상황종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김준호에게 대갈공명 김대희는 유일한 화풀이대상이다. 딱히 잘못한 게 없어도 맨 주먹으로, 쟁반으로, 심지어 먹다 남은 수박으로 김대희를 흠씬 두들겨 팬다. 김대희가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수박으로 때리는 건 대본에 없었잖아요”라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소용없다. 오히려 “아니 이게 별로 안 아픈 것 같아가지고”라며 눈을 부릅뜬다. 전하, 그건 비겁한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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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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