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부가 지자체를 통해 수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조치를 내릴 전망이지만 보상을 둘러싼 주민과 정부 간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특히 컸던 산사태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설정비 비용 외에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요구할 경우 보상 규모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쟁점은 지자체의 책임이 얼마나 인정되느냐다.
현행 국가배상법은 풍수해 피해에 따른 정부의 보상 책임을 따질 때 해당 피해가 정부의 과실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를 먼저 가리도록 한다. 피해 정도에 따라서 기본적인 보상조치는 이뤄지겠지만, 여기에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할 경우 잘잘못을 가리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신업 엑스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29일 "풍수해 책임소재를 따질 때는 피해가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 때문에 발생했는지, 아니면 관리소홀 등 국가의 과실 탓인지를 가리는 일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또 "이번 폭우 피해를 둘러싸고 상당수 피해 주민들의 소송이 예상되는데, 이 때 정부는 이번 피해가 도저히 예상하기 힘든 기상상황 때문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항력적인 재난으로 몰고가 면책사유를 호소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강 변호사는 이어 "피해 주민들의 경우 지자체의 관리만 철저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지난해 폭우와 태풍이 몰아친 직후 우면산 기슭의 훼손된 나무들을 제거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줄곧 묵살했고, 이번 폭우로 이들 나무 상당수가 가옥이나 사람을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근거로 정부 및 지자체의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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