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Caa1에서 Ca로 3단계 낮추자 그리스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일부 대형 유럽은행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는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25일 "유럽연합(EU)의 민간채권단의 참여를 포함하는 2차 구제금융 방안은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EU의 그리스 재정지원 프로그램 등은 그리스 채권에 대한 부실 교환과 그에 따른 디폴트 가능성이 사실상 100%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Ca는 무디스의 장기채권 등급 중 최저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등급인 C의 바로 위 등급으로 사실상 디폴트 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
2차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민간 채권단들은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해 21%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다 방법도 매우 복잡해 일부는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국제금융협회(IIF)는 BNP 파리바(BNP Paribas),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등 30개 은행에서 지원 확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5개 은행이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170억유로의 그리스국채를 보유한 그리스 EFG유로뱅크와 피레우스(Piraeus)은행은 다른 방법의 롤오버(차환)나 부채 만기연장(Debt Swap)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독일의 베를린LB와 스페인 BBVA, 페루 최대 상업은행인 BCP도 빠졌다.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독일 DZ뱅크와 LBBW, 오스트리아의 에르스테(Erste)은행 등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한 일부 은행들도 새로운 구제금융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 4개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는 총 30억유로에 이른다.이 중 RBS가 총 12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해 규모가 가장 많았고 LBBW가 7억7500만유로, DZ뱅크가 7억3000만유로 등이다.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4가지 옵션은 30년 만기물로 액면가 채권 교환, 만기 상환 채권의 30년만기물로 롤오버, 액면가 80% 할인해 30년만기물로의 채권 교환, 그리고 액면가 80% 할인해 15년 만기물로 채권 교환 등으로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방법을 찾기 위한 은행들의 셈법이 상당히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유럽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BNP파리바가 가장 많은 50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벨기에의 덱시아(35억유로), 커머즈뱅크(30억유로), 제네랄리(30억유로), 소시에테제네랄(27억유로) 등이 많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손실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럽 은행의 90%가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오는 2014년까지 540억 유로를, 2020년까지는 총 1350억 유로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아직도 많은 은행들이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이같은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