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명월> 5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색기’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명월(한예슬)에게 고정스파이 희복(조형기)과 옥순(유지인)은 강우(에릭)와 합방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명월은 유혹은 커녕 그저 힘으로 밀어붙였고, 시원하게 터진 건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강우의 코피였다. 북한의 한류 단속반 요원이자 사랑에는 숙맥인 여자가 남한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한류스타를 3개월 안에 꼬셔야 한다는,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기 힘든 설정에서 출발한 이상 <스파이 명월>의 핵심은 코미디를 살리는 것이다. 명월이 이 “말도 안 되는” 지령을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수행하고 카메라는 그 모습을 코믹하게 담아내는 아이러니함에서 오는 재미, 이것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파이 명월>은 갈피를 제대로 못 잡고 있다. 명월이 옥순의 실시간 명령에 따라 강우를 유혹하는 장면은 MBC <우리들의 일밤> ‘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장치와 흡사하지만, 정작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는데서 오는 재미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코미디가 살지 못하니 작품의 맥이 빠지고, 남북이 서로의 정보를 빼내려는 첩보 관련 에피소드 역시 어수선하게 배치되며 첩보물로서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새로운 작가진이 투입됐음에도 여전히 갈 길이 먼 <스파이 명월>이지만 그렇다고 5회의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작전에 의해 인형처럼 움직이던 명월이 드디어 ‘작전’이라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강우의 트라우마인 “생일파티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고정스파이들이 던져준 합방 지령이 아니라 명월이 스스로 떠올린 아이디어 덕분에 알게 된 점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강우와 명월의 진심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코믹과 멜로를 모두 놓치고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희미하게나마 멜로의 한 가닥이 보인 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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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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