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세계적으로 '슬로우푸드'의 '패스트푸드'화 트렌드다. 전통적으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라고 할 때 칼로리는 높고 건강에는 좋지 않은 저가 음식인 '정크 푸드 Junk Food'를 떠올렸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잘 먹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떠오른 세상에서 옳은 식이요법이 패스트푸드 시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세계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두 도시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패스트푸드의 변화는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 처음에는 일본의 초밥과 중국의 딤섬 등 서양인들이 즐기던 간편한 동양 음식들의 패스트푸드화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품'이 많이 드는 메인 요리들도 점차 '테이크아웃' 용으로 개발되어 정크 푸드의 위치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 한국 비빔밥이다. 밥에 여러 채소, 소스를 취향에 맞게 '토핑'으로 선택하여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은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20대 젊은이들로 가득한 서울 이태원의 '코카페 고메홈 Ko-Cafe GomeHome'(이하 코카페)은 이런 식문화 트렌드의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약선요리 전문가로 유명한 박희자 교수가 운영하는 서울 대치동 '고메홈'의 대중화된 버전이다. '고메홈'은 한의학 이론을 근거로 생약이나 약용 가치가 높은 식 재료를 조합하여 조리한 음식을 내는 한국 전통 음식점. 지난 2010년 12월 문을 연 '코카페'는 식당(Restaurant)과 카페(Cafe), 빵집(Deli)의 개념을 모두 가진 곳으로, '고메홈'에서 인기가 있는 메뉴들을 뽑아 패스트푸드로 탈바꿈시켰다.
스타일이나 음식들의 조합, 매장의 전경 등을 보면 전형적인 퓨전 식당이지만, 정작 속 내용물은 100% 토종 한식들이다. 한국 대표 음식인 비빔밥은 물론 세트 혹은 단품으로 정통 한식 요리를 제공하며, 도시락을 포함한 '코카페'의 모든 메뉴가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요리들의 토핑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최대 장점이다. 비빔밥의 경우 오이, 당근, 버섯, 시금치, 도라지, 숙주, 계란지단을 기본으로 잡곡과 백미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불고기와 닭가슴살구이, 구운 두부 중 한 가지를 토핑으로 고를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고추장 소스를 초고추장이나 레몬간장으로 대체할 수 있어 취향과 기분에 따라 색다른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20대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코카페'의 주요 메뉴 가격은 여타 건강 음식점들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일반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보다는 높다. 하지만 이곳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들이 모 브랜드 '고메홈'과 동일한 식재료를 이용해 동일한 방식으로 조리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코카페'는 제철에 나는 식재료들과 약재를 이용해 필수 영양소들을 균형 있게 맞췄으며, 화학조미료는 말할 것도 없이 소량의 간장과 소금, 설탕을 제외하면 자극적인 향과 맛을 내는 양념의 사용도 최소화했다.
아무리 보기에 좋은 건강 음식이라고 해도 맛이 없다면 '노탱큐'다. 기자는 '코카페 고메홈'에서 '단호박찰밥과 잡채 콤보' '전유화 도시락' '닭가슴살 비빔밥' 등 세 가지 메인 요리와 식사와 디저트가 합쳐진 '고기 샐러드와 육각과자 콤보' 그리고 신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는 '복분자에이드'와 '유자에이드' 등 두 한국 냉음료를 맛봤다. 음식들의 전반적인 간은 삼삼했지만 대신 제철 재료 본연의 맛이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했다. 찐 단호박과 약식과 치잣물밥등 두 종류의 찰밥과 잡채, 샐러드로 구성된 '단호박찰밥과 잡채 콤보'는 탄수화물과 무기질, 섬유소가 적절히 안배된 훌륭한 밸런스의 세트 메뉴였다. 호박전과 동태전, 고추장떡전에 밑반찬 등 소박한 구성의 '전유화 도시락'은 휼륭한 식감이 인상적이었으며, 살짝 밑간만 한 나물과 유자청 닭가슴살을 잡곡밥에 올려 레몬간장소스로 비벼먹는 '닭가슴살 비빔밥'은 가히 '발상 전환'의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살아생전의 마이클 잭슨이 그토록 간장소스 비빔밥에 열광했었는지 이젠 그 이유를 알겠다.
우리집은 // '코카페 고메홈'의 한기석 총괄매니저
형형색색 외국인들의 모습이 일반적인 비주얼인 이태원 대로변의 '코카페고메홈'은 겉모습만 놓고 보면 한식당이 아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느낌을 더 많이 낸다. "하나도 안 남기고 싹싹 먹는 외국인들을 보면 기분이 무척 좋아요. 한국 음식의 세계화 역군이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2010년 12월 매장 오픈 때부터 '코카페고메홈'의 총괄매니저로 근무 중인 한기석(33) 씨는 천천히 먹는 것이 보통인 '슬로우푸드' 한식 메뉴를 성공적으로 '패스트푸드' 화한 것에 대해 뿌듯함을 숨기지 않는다.
'코카페고메홈'의 주요 메뉴는 8000원에서 15000원 사이의 가격대로, 이태원의 여타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단가는 다소 센 편이다. 또한 메뉴 구성도 단촐하고 조리법도 여느 한식당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저염은 기본, 화학조미료와 색소 과즙ㆍ쇼트닝 등 합성식재료가 거세된 메뉴로 차별성을 둔 '코카페고메홈'은 점차 이태원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한다. 추천 메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간이 거의 안 된 삼삼한 오색나물 잡곡밥에 닭 가슴살과 쇠 불고기 등 토핑을 선택해서 얹고 레몬 간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을 한 씨는 두말 없이 권한다. 외국인은 물론, 삼삼하게 먹는 것이 일반적인 요즘 트렌드와도 잘 맞는 '코카페고메홈'의 히트 상품이다.
자문위원은 // '발우공양' 대안스님
단호박은 호박 중 라틴아메리카 원산의 서양계 호박(C. maxima)를 일컬으며, 맛이 밤처럼 달아 '밤호박'이라고도 불린다. 녹말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ㆍC가 많이 들어있어 주식 대신 먹어도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공급한다.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서 다이어트와 변비 예방에 좋으며, 단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므로 눈 건강과 감기 예방에 특효가 있다. 또한 지라(비장)의 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소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만성 위장장애가 있거나 뱃속에 가스가 잘 차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두 번 쪄낸 단호박 위에 약밥과 치자물 찰밥으로 구성된 '단호박찰밥'은 탄수화물이 대부분인 밥에 부족한 무기질과 식이섬유를 단호박이 대신하는 '트렌디' 메뉴로 음식 궁합이 훌륭하다.
'너무 센 소변 줄기 때문에 요강이 뒤집어졌다'는 뜻의 복분자(覆盆子)는 장미과의 복분자딸기의 덜 익은 열매로 만든 약재로,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만 사용된다. 남성들이 환호하는 '정력제'로 유명한데 신장을 자극해 유정, 몽정, 유뇨 등에 고루 사용되므로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시력 약화와 몸을 가볍게 하여 머리 카락을 검게 하며, 피부 유연화에도 효과가 있으므로 여성들에게도 좋다. 복분자는 수박이나 멜론 등의 과일과는 달리 차게 주스로 자주 음용해도 절대 배에 탈이 나지 않는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윤동주·이재문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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