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가 대기업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등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세금을 제대로 물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7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이) 일감을 몰아줘서 이익을 빼는 거, 내부거래라고 해서 과세 안했던 것은 문제"라며 "이런 것은 합법을 가장한 지하경제다. 어찌 보면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는 변칙 부당거래"라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이런 걸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전속시장)이라고 하는데 대기업에 사로잡혀 거래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잃게 하는 원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30~40대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데, 그렇게 되면 꿈과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MRO가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세법의 대원칙이 실질과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소득이 있으면 과세를 한다는 것이다"면서 "MRO도 납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MRO에는 왜 과세를 못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풀었는데 이런 거 하라고 푼 게 아니다"며 "우리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형성된 생태계를 파괴하면 또 혼란이 오기 때문에 생태계를 살리면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려면 대기업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계가 깨진다. 결국 방법은 지속가능성이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바로 잡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집권후반기 집권이념인 '공정사회'와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와 관련해 "공정사회 이슈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구체적인 실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좀더 구체적인 사안들을 실천해내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분야별로는 ▲대·중소기업을 포함한 경제적 갑을 관계에서 불평등 시정 ▲병역·납세·교육·근로 등 국민 4대 의무에서 공정성 담보 ▲경쟁 탈락자에 기회 부여 등을 제시했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동반·화합의 큰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크게 품는 일정을 짜면 어떻겠느냐고 (핵심참모들이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며 "큰 틀에서 국민화합을 하고 설득하고 함께 가는 행보를 하자고 건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렇게 국민과 함께 하는 행보를 '동반화합의 큰 행보'라고 명명했다"면서 "그런 기조하에서 광복절 때 하도록 일정 등을 짜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현직 장관들의 교체와 관련 "정병국 문화체육관광, 진수희 보건복지 장관의 경우 정기국회 이전에 교체할지, 이후에 할지 모르겠다"면서 "후임은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고 국회에서 온다면 다음 총선 출마는 안 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개각 시기와 관련해서는 "8월초 저축은행 국회 청문회가 있으니 그게 지나고 나서 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주 기자 yjc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