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匠人’ 모시기 총력전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비상식적 역주행.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었음에도 기습적, 계획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명품 브랜드에 맹비난이 이어졌다.
그 속에서 에르메스가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결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환영한다.
자유무역협정 발효에도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완제품이 홍콩, 스위스 등 EU 비회원국을 거쳐 들어와 관세 감면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가격을 올려야 할 이유는 많다. 그러나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핑계는 더 많은 것 같다. 7월 초부터 끊임없이 화제가 된 명품과 자유무역협정. 그 사이에서 내려진 결론은 명품은 비싸도 잘 팔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匠人이 만든 마지막 작품?
금, 다이아몬드 등 원석 가격 인상으로 시계와 보석 브랜드의 가격 인상도 진행됐다. 그러나 명품 시계와 보석 브랜드의 말못할 속사정은 점차 고령화되는 ‘장인 匠人’을 대체할 젊은 인력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 이로 인해 작업 방식 변화와 가격 책정에도 일대 혁명이 진행될 지 모른다.
전통 깊은 유럽 명품 시계와 보석 브랜드 작업장 (그들은 ‘공방’이라 부른다)에 근무하는 직원 평균 연령은 해마다 고령화 현상을 띄고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정밀 작업을 유럽 젊은이들도 기피하고 있어 젊은 피의 수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 10년 이상 숙련공만이 작업에 참여해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작업 라인이 있는 등 까다로운 규칙을 지키며 작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것.
“저희 브랜드는 3대째 이어오는 장인들이 그야말로 한땀한땀 정성들여 세팅합니다. 기계로 만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장인의 손길이죠”라고 설명하며 자부심을 가졌던 시계와 보석 브랜드. 10년 이상 숙련공들의 무두질로 완성된다는 백과 구두. 앞으로 이런 설명을 듣는 기회도 줄어들고, 실제로 장인의 섬세한 손끝으로 탄생한 제품은 더욱 희소성을 띄게 될 전망이다.
전통 깊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장인들의 고령화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에 따라 줄어드는 생산량, 가격 책정 등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된 상태.
지난해 인터뷰 했던 스위스의 전통있는 한 시계 브랜드 대표는 “과거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라고 전했다. 덧붙여 정통적인 작업 방식에 기계의 힘을 빌어야 하는 시점에 곧 다가올 것이고 그에 따라 모든 경영 전략이 변화될 것이라 했다.
실제로 장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선전되는 많은 제품 중에는 기계의 손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기계와 손의 대결.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장인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 그리고 손으로 만든 제품들의 가격은 천정 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명품 시장에서는 샤넬 가방을 되팔아 재테크한다는 샤테크는 이제 곧 끝나고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시계와 보석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거라 얘기한다. ‘이시대 마지막 장인이 만든 마지막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될 시계와 다양한 제품들이 머잖아 뉴스를 장식할 것 같다.
소비의 욕망을 부추기는 궁극의 이름, ‘명품’임에 틀림없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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