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위기와 기회는 늘 하기 나름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자주 하는 말이다. 100년이 넘는 굴곡진 역사를 감내하기 위해 국내 제약회사들은 각자 나름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국내 제약업계가 맞닥뜨린 정부의 규제와 약가 인하 정책 등은 예로부터 쭉 있어왔던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이 회장의 말처럼 해답은 늘 '역사' 속에 있었다.
1941년 '궁본약방'(宮本藥房)으로 시작해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종근당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지혜가 그대로 담겨있다. 한국 제약산업의 태동과 발전, 변화 그리고 극복의 역사 그 자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날을 돌아보고 숨을 고르며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그려보는 가늠자를 '종근당 스케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잘 된 사사(社史)야말로 기업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혜의 보고"라고 이야기해 왔다. 때문에 이야기가 살아있고 경영에 활용되는 사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둘씩 풀어내고 있다.
1부 '종근당은 어떻게 장수기업이 되었나'를 들여다보자. 종근당의 창업주 고(故)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의 일대기를 시작으로 창업주들이 고민한 회사의 존재이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개항 이후 양약이 유통되고 지금의 제약산업이 있기까지 한국 제약산업의 태동과 발전은 덤으로 따라온다.
2부 '장수기업을 넘어'에서는 종근당의 현재와 미래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약업계의 '빅뱅'이라 불릴만한 의약분업 시행 이후 제약업계의 순위가 한순간에 뒤바뀌는 등 판도가 급격히 변했다. 이때 종근당이 취한 전략은 '전통은 이어가되 구태와 구식은 과감히 탈피하자'였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모험'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종근당의 기업문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창업주의 일대기를 따라 문을 열고 종근당의 세계로 들어가면 결국은 각종 규제로 꽁꽁 묶여 있는 제약산업의 위기라는 출구로 나온다. 때문에 이 책은 한 기업이 내놓은 70년간의 경영보고서이자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풀어낸 보고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야기 말미에 정말 귀한 지혜가 있다. "변화와 도전은 늘 주어지는 과제일 뿐이다. 역사는 완성되지 않는다. 늘 반복되고 계속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종근당의 모험과 도전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종근당이 70년을 계속 이어 존재하고 있는 비결은 창업당시의 존재 이유를 지키면서 끊임없이 변화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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