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시 매매가격에서 차감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앞으로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외환은행 분기배당을 마음대로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단 추가 분기배당액만큼 외환은행 매매가격은 내려간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8일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오는 11월말까지 연장하고 매매가격을 4조4059억원으로 2829억원 낮췄다.
대신 론스타는 9월말까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하나금융으로부터 매월 329억원(주당 100원)을 추가로 받는다. 기존에 있던 귀책사유 조항은 삭제됐다. 기존 계약에서는 계약 완료가 늦어진 주된 원인이 론스타 측에 있을 경우 추가대금(지연배상금)을 주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는 이유를 불문하고 시한을 넘기면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추가로 돈을 더 줘야 하는 것이다.
기존 계약에 따른 추가대금 지급 의무는 이번 재계약으로 사라졌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이 올 3월말까지 완료되지 않을 경우 하나금융이 매월 329억원(주당 100원)을 론스타에 추가로 지급키로 했었다. 기존 추가대금이 유효하고 오는 9월에 계약이 완료된다고 가정하면 4~9월 6개월간 1974억원(주당 600원)을 줘야 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계약 시 하나금융이 인정해준 외환은행의 2~3분기 주당순이익 증가분 2139억원(주당 650원)이 사실상 이 추가대금을 보장해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번 재계약에서 론스타의 올 2분기 분기배당금 4969억원(주당 1510원)을 외환은행 매매가격에서 차감하는 대신 6개월간 외환은행 주당순이익 증가분을 인정해줬다. 결과적으로 론스타는 분기배당금을 매매대금에서 차감하고도 2139억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이번 매매가격 산정에서 외환은행의 주가 하락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하나금융에 불리한 계약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외환은행 종가는 9400원으로 지난해 11월 계약 체결 당시보다 23.6%나 떨어졌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주가가 떨어진 것은 하나금융과의 인수·합병(M&A) 진행에 따른 것이지 외환은행 가치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은 오는 11월말까지지만 이후에도 어느 한쪽이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계약의 효력은 유지된다. 하나금융은 이 기간까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계약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재협상을 통해 계약을 추가로 연장할 방침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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