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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인생2막 50+]“토박이들과 동행한 나눔 팔색 매력 명품 길 뚫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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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귀촌인 | 김신형 (사)강화나들길 이사

[당당한 인생2막 50+]“토박이들과 동행한 나눔 팔색 매력 명품 길 뚫었죠”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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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누구나 한번쯤 그려봤을 이상향이다. 눈치 챘겠지만, 갓난쟁이 아이가 아니라면 웬만해선 다 알 만한 히트곡. 가수 남진의 ‘님과 함께’다.
김신형(63)씨의 두 번째 인생은 이 노랫말과 꼭 닮아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두운리 두두미 마을.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한가운데 초록빛 잔디가 어우러진 하얀색 2층집이 있었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어여쁜 집에서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잘 나가던 금융맨 시절 “공부도 하고 다른 일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딴 생각’이 들었단다. 가슴 속 깊은 계곡의 안개처럼 늘 스멀대던 전원생활에 대한 꿈도 있었다. 마침내 25년간의 몸담았던 금융가와 작별해야겠단 결심을 굳혔다.

그의 나이 52세였다. 농사를 지을 자신은 없었고 귀촌을 택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법한 전개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그의 시골 정착기는 과연 성공했을까.



금융맨 은퇴 후 신학공부 사회공헌 눈떠


금융권을 떠난 이 사나이, ‘자유로운 영혼’이 되자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스카우트 제의가 왔던 자동차 부품 회사에 맨 먼저 입사해 2년간 국제 부문 임원으로 근무했다.


다음엔 평소 뜻이 있던 신학 공부에 매진해 박사 학위를 땄다. 그러더니 사회공헌 쪽으로 눈을 돌렸다. 희망제작소가 운영하는 40~60대 전문직 퇴직자들 대상의 NPO(비영리단체) 연계 프로그램 ‘해피시니어’ 교육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희망제작소에 들어가 비영리단체와 관련한 연구원 일을 2년여 했다. 이번엔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와 더불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뿌리 내릴 또 다른 삶의 터전을 본격적으로 찾아 다닌 게. 안 가본 데가 없었다. 그 중 한눈에 반한 곳이 있었으니 강화도였다. 산수의 경치가 더없이 아름답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었단다. 2006년 그는 이곳으로 귀촌했다.


“강화도의 7만 인구 가운데 외지 출신이 약 1만~1만5000명 됩니다. 귀촌 후 처음엔 답답해하는데 1년쯤 지나면 여기를 벗어나려 하지 않아요. 저도 내려온 지 5년 됐지만 자의로 나가본 것은 1~2번에 지나지 않거든요. 그만큼 안락하고 친근감이 있다는 거죠. 강화도만의 매력입니다.”


일부러 외지인들 많은 읍내가 아니라 토박이들이 즐비한 마을 한복판에 터를 잡았다. 용감무쌍하게도 말이다. “주변에 7~8채의 집이 있어요. 귀촌한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주민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해요. 그들과의 동행을 어려워하기 때문이죠. 저는 일부러 마을 속으로 더 들어갔습니다. 어울려 살아야 하잖아요.”


그는 밭이 딸린 구옥을 구입해 250평 대지에 30평형, 잔디 마당이 있는 새집으로 개조했다. 총 3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만하면 서울의 10평대 주택값 수준이에요. 살고 있던 대도시 주택을 팔면 시골에서는 정말 좋은 집을 마련할 수 있어요.” 이쯤 되니 궁금한 점. 그렇다면 생계 수단은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연금 정도로 한 달 생활비가 충분한 곳이 시골입니다. 살림이야 쌀과 된장, 고추장, 간장만 있으면 50%는 해결된다고 봤어요. 그래서 장 담그는 법을 직접 배웠죠. 하하. 두부도 만들 줄 알아요.”


그가 정작 고민한 점은 다름 아닌 ‘진짜 강화 사람 되기’였다. 그러려면 소통의 첫 창구가 필요했다.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자원봉사부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차츰 열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중 강화시민연대대표로 활동하던, 14대째 줄곧 강화에서만 살아온 토박이를 만난 게 큰 인연이 됐다. 지역 공동의 커뮤니티를 꾸려보고 싶던 차에, 조선시대 문인 화남 고재형 선생이 강화도를 유람하고 지은 <심도기행>의 그 길들을 되살려보자는 데 한뜻이 모아진 것. 2009년 강화나들길 추진위원회가 세워지고 강화나들길 사업은 그렇게 출발했다.


[당당한 인생2막 50+]“토박이들과 동행한 나눔 팔색 매력 명품 길 뚫었죠”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김신형 이사는 나들길에 시 강의·템플 스테이 등의 인문학 접목을 시도한다.
다른 지역 ‘명소의 길’들과차별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제2고향’ 강화의 아름다움 알리기 보람


강화나들길. 아름다운 산세와 천혜의 갯벌, 우리 민족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강화 땅을 나들이 한다는 의미를 품는다. 최근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과 함께 걷기 좋은 길·가볼 만한 여행지로 떠올랐다.


모두 8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그는 지난 6월 정식 출범한 사단법인 강화나들길의 이사다. 강화군청과 업무 협약식을 맺고 관의 예산을 바탕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 기획하는 일을 한다.


강화도는 고려 왕조가 39년간 수도로 삼았고 조선 수도 한양의 관문 역할을 했으며 한강·임진강·예성강이 만나 바다로 흘러가듯 여러 나라의 문명이 만난 유서 깊은 지역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이곳 나들길에 요즘 김 이사는 인문학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다른 명소의 길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시 강의, 템플스테이 등을 겸한 1박2일의 나들길 걷기 행사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호응에 힘입어 오는 9월부터 매달 1회 행사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사재를 털어 마련한 고전을 공부하고 명상하는 ‘심도학사’의 카페지기도 맡았다. 김 이사의 머릿속은 온통 강화나들길 만들기 구상안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이 나들길을 걸으며 찍은 생태환경 사진들을 엮어 책을 낼 거예요. 벌써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또 강화도에 거주하는 명사나 예술인뿐 아니라 촌부들의 일상까지도 인터뷰로 묶어볼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할 게 정말 많은데…. 생각만 해도 재미있어지지 않나요?”


김 이사는 나들길의 미래를 한참을 풀어내더니만 “직접 걸어봐야 참맛을 알 수 있다”며 기자를 밖으로 이끌었다. 8개의 나들길 코스 중 3코스 일부를 함께 걸었다. 진강산 자락을 따라 고려 왕릉을 만날 수 있는 ‘능묘 가는 길’이다.


가슴이 ‘뻥’ 트이는 맑은 공기에 코가 자연스레 벌름거리고 졸졸거리는 냇물 소리와 지저귀는 각종 새들의 노래. 간만의 신선한 자극이었다. 유독 네 박자 리듬으로 크게 우는 새가 있었는데 김 이사가 귀를 기울여 보라고 한다.


“잘 들어보세요. ‘홀.딱.벗.고’ 이러는 것 같죠? 여기 사람들은 얘들을 ‘홀딱벗고’ 새라고 불러요.” 그 말 때문인지 정말 그렇게 들렸다. 한바탕 웃고는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거진 녹음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참 아름다웠다.


그의 나들길 예찬론이 이어진다. “대개 관 주도의 길 사업들은 포크레인부터 들이밀어 땅을 파헤치기 일쑤입니다. 나들길은 인위적인 공사로 포장한 길과는 달라요. 이곳을 찾은 분들의 공통된 얘기는 길이 자연스럽다는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전날 엄청나게 쏟아진 장맛비로 말캉말캉해진 흙 속에 기자의 발이 푹 빠졌다. 앞서가는 걷기 숙련자들의 행보를 무시한 탓이다. “이런 길엔 (걷기) 초보시죠?” 김 이사가 웃으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래도 도심 뚜벅이 생활은 전문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다. 두 발은 흙 범벅이었지만 그 냄새와 감촉이 좋더라. 잘 닦인 길을 걷는 것은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다.


비록 울퉁불퉁하고 투박해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강화나들길이구나 싶었다. 추억 하나는 새기고 가는 셈이었다. 강화도 속속들이 설명해주는 김 이사를 옆에서 보니 이 사람, 귀촌 5년 만에 강화도 사람, 아니 강화도 박사가 다 됐다.


[당당한 인생2막 50+]“토박이들과 동행한 나눔 팔색 매력 명품 길 뚫었죠” 강화나들길은 최근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과 함께 걷기 좋은 길·가볼만한 여행지로 떠올랐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나홀로 전원생활은 귀촌 실패 지름길


요즘 김 이사는 직장 다닐 때 못지않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직함은 기자다. ‘편집국 글로벌마켓팀 기자’라는 고딕체가 선명한 명함을 건네받고 조금은 놀랐다.


현장을 누비는 취재기자는 아니고 관련 자료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기사를 쓴다. 은행에서 다년간 국제금융을 담당했던 경력 덕분에 글로벌 전문 금융 지식과 외국어를 겸비한 그는 언론사가 찾는 최고 적임자였다. 2년 전부터 일주일에 3번은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봉급은 얼마 안 된다고 귀띔했다.


“귀촌 후 잘 적응해 지내는지 여부는 동네 경조사로 판가름 납니다. 주민들이 잘 알려주면 정착은 성공한 거예요. 평소에는 물론 추수 때 보면, 저희 집 앞에 고추며 음식이며 정성이 깃든 작은 먹을거리가 놓여 있더라고요.”


‘진짜 강화 사람 되기’에 성공한 것 같냐고 묻자 내놓은 답이다. “그저 공동체 일원으로서 양보하며 어울려 사는 게 최고”라며 “혼자 즐기는 전원생활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란 게 귀촌에 대한 그의 지론이다.


그가 찾은 인생2막의 답은 ‘공동체’였다. 내가 사는 터전을 다른 이들과 함께 풍요롭게 만드는 길, 이를 위해 내가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전원의 삶을 원했던 아내와 아침에 눈을 뜨며 맞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복잡한 도시를 등지고 시골로 내려오세요.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나눌 수 있는 일에 도전해 보세요.” 앞으로도 강화나들길 법인은 순수한 자원봉사 정신으로 운영될 것임을 강조한다.


나들길을 내려오는 그가 “맨발로 걷는 대지의 감촉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카메라 셔터가 돌아가자 행복한 표정이 그대로 앵글에 잡혔다. 그는 ‘귀촌인의 로망’을 하나 둘 성취해 나가는 열정의 사나이였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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