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유치 쾌거에 나이 잊고 펄쩍펄쩍
막내딸 조현민 상무 "15세 소년처럼 기뻐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두 번의 실패 후 세 번째 도전의 선봉장에 선 아버지는 2년 간 '지구 13바퀴'를 돌았다. 선친이 일군 기업을 뒤로 하면서까지 몰두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유치전 막바지에 들어서자 몸살까지 앓았다. 그리고 결전의 그날, “평창”이 울려 퍼진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아버지는 '15세 소년'처럼 기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의 눈에 비친 부친의 모습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인 조 회장의 '지구 13바퀴' 중 3바퀴 이상은 조 상무가 함께했다.
지근거리에서 부친을 보좌해 온 조 상무는 “유치전을 통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며 “철저한 공부, 준비 없이는 리더가 될 수 없음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도 조 상무는 조 회장의 뒤를 지켰다. 환호와 눈물이 뒤섞인 공간. 발표 당일 밤에는 심장이 떨려 누구도 쉽게 잠들 수 없었다는 게 조 상무의 전언이다.
삼수 끝에 이룬 성과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 틈에서 조 회장은 껄껄 웃기만 했다. “그렇게 기쁘냐”는 가족들의 타박 아닌 타박에도 조 회장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조 상무는 “마치 15세 소년 같았다. 모두들 그렇게 입을 모았다”며 “정말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에 (지금까지의 행보가 떠올라) 마음이 찡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1949년생으로 환갑(還甲)을 넘겼다.
그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조 회장이 쏟아온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조 상무다. 대한항공의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하는 조 상무는 그간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프레젠테이션(PT), 캠페인 활동에 힘을 보탰다.
조 상무는 “(조 회장이) 처음 위원장이 됐을 때는 관련 업무가 처음인 데다 조직 구조가 워낙 복잡해 스스로도 정신없다고 말하셨다”며 “각종 공부에 매진하다 6개월 후 이제 조금 알겠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이후 유치활동에 앞장서며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조 회장의 모습을 보며 리더로서 철저한 공부,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는 것이 조 상무의 말이다.
스스로를 낮추고 '세일즈'하는 부친의 모습도 조 상무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조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항공기를 탈 때면 직접 의전을 챙기고, 평창 실사 때는 여러분의 수석 안내장이라며 몸을 낮췄다. 만찬자리에서는 직접 음료수를 나르는 등 소탈한 면모를 보이며 IOC 위원들에게 다가갔다. 조 상무는 “이 모든 것이 열정이 없다면 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새벽, 조 상무의 언니인 조현아 전무는 서울 집에서, 오빠인 조원태 전무는 대한항공 본사에서 각각 현장을 지켜봤다. 조원태 전무의 어린 두 아들은 PT 전 '할아버지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조 회장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이날 새벽까지 회사에서 단체응원전을 펼친 조원태 전무는 평창 유치 확정소식에도 평정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돌아선 그는 남아공 현지에 있는 가족과의 통화에서는 환호성을 외치며 어린 소년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