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신도시 슬럼화 초래할 수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구조적 안정성때문에 수직증축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건축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그거를 안전하게 못짓겠느냐. 지금 1기신도시 같은 경우는 주차장도 부족하고, 화장실도 1개밖에 없는 등 생활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을 정부에서 열어줘야 한다."(한 건설사 관계자)
그동안 논란이 됐던 리모델링의 수직증축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불허 입장을 보이자 건설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수직증축 허용'은 건설업체들이 그동안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인데 이번 결정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6일 국토해양부가 5개월간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거친 결과 공동주택의 수직 증축과 가구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건설업계 및 1기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있자 국토부는 아직 허용여부에 대해 확정짓지 않았으며, 이달 내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허용 불가'라는 기존의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업체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졌다. 한 건설사 리모델링 담당 관계자는 "태스크포스 회의 단계에서도 국토부가 수직증축이 구조적으로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다시 안전 문제를 거론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가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는 현재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가하고 있다. 안전을 이유로 수직증축을 반대해놓고 공공에만 이를 허용해주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이를 리모델링할 시 용적률을 120%까지 완화해주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가 리모델링 사업의 자원 재활용 효과나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1기신도시의 경우 주민들이 자기 땅을 팔아 분담금을 낮추려고 하는데 이를 정부에서 왜 막는지 모르겠다"라며 "오히려 주민들이 사업추진의 의지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현재 서울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조사된 아파트는 32개 단지, 1만8577가구다. 분당, 평촌 등 1기신도시에서는 야탑동 매화, 호계동 목련 단지들이 진행 중이다.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초기 단계 사업장일수록 이번 불허 방침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1기신도시에 대해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아파트가 노후화되다 보니까 분당에서 판교로 옮겨가는 주민들도 많다. 이사를 가더라도 같은 평형인데 가격 차이도 크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1기신도시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슬럼화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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