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풍산개>의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은 김기덕 감독이 28일 관객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감독은 이날 배급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공개했다. 전재홍 감독이 연출하고 윤계상, 김규리가 주연을 맡은 <풍산개>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북한에서 망명한 고위층 간부의 여자를 평양에서 서울로 데려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지난 23일 개봉한 <풍산개>는 27일까지 31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억 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배우와 주요 스태프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다음은 김기덕 감독이 공개한 편지 전문.
<풍산개> 관객들에게 감사드리며어젯밤, 전재홍 감독으로부터 <풍산개>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고생한 스태프들의 개런티를 줄 수 있게 됐고 관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각본을 쓴 초 저예산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이익을 내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고생한 스탭과 배우, 감독의 능력이지만 그래도 김기덕 필름에 이런 날이 오다니…
이제 한국 관객들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사합니다.
곧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부디 <풍산개>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풍산개>를 볼 수 있도록 극장 숫자가 줄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믿고 헌신적으로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개런티를 지불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쁩니다.2억 원의 초저예산 <풍산개>가 200개가 넘는 극장에 당당히 걸려 관객을 만나는 것이 저 개인에겐 기적 같은 일이고 또 이것이 모델이 되어 한국의 저예산 영화의 희망이 싹트길 바랍니다.
정말 시골 오두막에서 쓴 시나리오 외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무실이 없어 월세도 못 내는 전 감독의 5평 방을 열명이 북적거리며 사무실로 썼습니다. 정말 법인 통장 개인 통장 서랍에 녹슨 외국 동전까지 끌어 모아 찍었습니다. 후반 작업 진행비가 없어 연출 제작부까지 다른 영화 현장으로 다 보내고 피디와 감독만 남아 거의 굶으며 완성했습니다. <풍산개> 회사 지분을 10프로라도 팔아 후반 작업비를 하려고 수소문 했지만 팔리지 않았습니다. <풍산개>가 망하면 멀리 떠날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배급을 맡아주신 배급사 NEW와 장비와 세트장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아방송대와 카메라를 지원한 니콘에게 감사드리고 지분도 없이 자비로 음악을 만들어 주신 음악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풍산개>를 보시고 분단의 아픔에 슬픈 분들도 있고 배우 연기에 감동한 분도 있고 부족한 영화에 화난 분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이 6.25 61주년입니다. 6.25를 생각하는 차이만큼 <풍산개>를 이해하는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간 제 영화 주제를 이해하는 만큼 또한 차이가 있을 것이고 예산 부족으로 아쉬운 장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까운 시간과 돈을 내고 풍산개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1년 6월 27일 김기덕 드림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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