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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부활' LG, 다섯손가락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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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부활' LG, 다섯손가락의 비밀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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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 어떤 조직이든 무너진 10년을 일으켜 세우긴 어려운 일이다. 불가능에 가깝다. 6-6-6-8-5-8-7-6. 지난 8년 간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던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2003년~2010년 순위다. 2000년대 프로야구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던 LG 야구가 올해 달라졌다. 2011 시즌 승률 5할을 넘기며 4위로 순항하고 있다. 1990년대 전성기를 회복할 태세다. 시즌 전 눈에 띄는 변화나 보강은 없었다. 다만 최근 몇년간 시도했던 다양한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LG 야구단의 변화와 발전엔 '손가락 경영'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다.

엄지=보스 그리고 화합


엄지는 보스를 뜻한다. 동시에 화합을 상징한다. 엄지는 다른 손가락과 무리없이 맞닿아 원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손가락이다. 원은 화합이다. 지난 2007년 LG전자 CEO 구본준 부회장이 구단주를 맡았다. 그는 과감한 투자로 재건을 다짐했다. 박명환, 이진영, 정성훈, 이병규, 이택근 등 스타들을 대거 영입, 탄탄한 기초를 다졌다. 구단 관계자는 "넘치는 외야자원, 부상 등으로 한때 불필요하게 많은 돈을 쥐어줬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 덕에 안정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한 명의 보스는 박종훈 감독이다. 구본준 구단주는 2009년 박종훈 당시 두산 2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계약기간은 무려 5년. 팬들도 놀랐다. 구단 관계자는 "박 감독이 두산을 '화수분야구'로 키워낸 점을 높게 인정받았다"고 했다. 서울 라이벌 두산은 LG가 하위권을 헤맬 때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박종훈 감독은 외부 영입파와 기존 선수들의 경쟁을 통해 최상의 조화를 끌어낼 적임자로 판단됐다. 그동안 모래알 야구, 이기주의가 팽배한 조직으로 비난받던 LG에 더할나위 없는 적임자였다. 구 구단주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를 내다봤다. 프런트를 향해선 "선수단에 개입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박 감독은 구단주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른바 '큰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그러모았다.

'신바람 부활' LG, 다섯손가락의 비밀 [사진=LG 트윈스 제공]


검지=방향과 전략


검지는 방향을 뜻한다. 기업 경영에선 전략을 의미한다. 지난해 LG 오지환과 작은 이병규는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각각 313%와 257% 오른 1억 2000만 원과 1억 원에 재계약했다. 이들은 지난해 구단이 도입한 '신 연봉제'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구단 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보상과 삭감이 뚜렷하게 가해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내부 의견 끝에 다소 가혹한 안건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연봉 대박의 통로는 FA 계약이 유일했다. 구단은 달콤한 꿈에 빠진 선수들을 흔들어 깨웠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꾀했다. 100m를 소화하는 선수에게 FA 계약과 같은 200m가 아닌 '10m'만 더 뛸 것을 주문했다. 오지환, 이병규에게 많은 돈을 쥐어주며 110m만 소화해도 당근을 쥘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생각의 전환은 어느 시점부턴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구단 관계자는 "주전 경쟁자들부터 비전이 어두웠던 선수들까지 분발하고 있다. 올해 시행착오를 분석, 수정해 '신 연봉제'의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계점을 향한 10m씩의 전진. 전력은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


중지=중간 관리자


가장 크고 위엄있게 서 있는 중지는 중간 관리자다. 선수들이 바라보는 맏형이다. 지난해 구단은 2년 9억 원에 이병규를 영입했다. 적지 않은 팬들은 이내 불만을 드러냈다. 주 이유는 일본 진출 실패와 36살의 나이 그리고 높은 계약금. FA자격을 획득한 박용택과 4년 34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을 때도 이른 계약 시기를 놓고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두 선수는 실력으로 우려와 비판을 불식시켰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주축으로 거듭났다. 패배에 젖어있던 선수들은 고참들의 활약을 보며 이기는 법을 터득했다. 한 야구관계자는 "2009년까지만 해도 LG의 주장 대부분은 자신들의 성적을 관리하는 데도 버거워했다. 최고참이 부진하니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고 했다. 올해는 다르다. 주장 박용택을 비롯한 중고참 대부분은 주전 자리를 꿰차며 맹활약한다. 이병규와 박용택, 조인성은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 우뚝 섰다. 최근 라커룸에는 대형 TV 2대가 추가로 설치됐다. 박용택이 일본리그를 경험한 이병규의 조언을 수렴, 구단에 적극 제의해 이뤄졌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상대팀의 비디오를 보며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미팅이 아니더라도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있다.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팀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고 귀띔했다.


'신바람 부활' LG, 다섯손가락의 비밀 [사진=박종훈 감독, LG 트윈스 제공]


약지=약점을 강점으로


약지는 가장 힘이 약한 손가락이다. 약점이다. LG가 2008년 서울 라이벌 두산을 부러워한 건 가을야구 진출만이 아니었다. 가장 탐을 낸 건 ‘화수분 야구’였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낙마해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동경했다. 두산 2군 선수들의 성장은 그만큼 빠르고 탄탄했다. 이종욱, 김현수, 고영민, 오재원 등은 각 포지션의 주인으로 거듭났다. LG는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다가도 중반부터 자주 뒤처졌다. 부상으로 이탈한 주전의 공백을 메울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LG의 가장 큰 취약점이었다. 이듬해 박종훈 감독에 지휘봉을 맡긴 건 이 때문이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선수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다. 절박함을 강조하며 강훈련을 지시했다. 부실했던 2군 전력은 2년 사이 탄탄한 기틀을 마련했다. 구본준 구단주가 만족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FA 영입 대신 팀 자체에서 젊은 선수 육성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했다. 지난해 주역은 오지환과 작은 이병규였다. 올해는 신인 임찬규와 서동욱 등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구단주는 이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소지=약속, 미래


새끼손가락은 약속이다. 성공적인 미래를 향한 약속이다. 지난해 LG는 SK와 3대 4 트레이드를 강행했다. 최동수, 안치용 등 베테랑들을 내주고 박현준, 윤상균 등 유망주들을 데려왔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이적에 많은 팬들은 쓴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박현준은 보란듯이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올시즌 8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린다. 그는 "SK에서는 중간계투로 뛰어 포크볼을 던질 기회가 없었다. LG에서 선발 기회를 얻어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멀리 내다본 재건에 붙은 가속도는 운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에 가까웠다. 구단 관계자는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내다본 구 구단주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라고 했다. 인기 없는 결정이 그 이상의 인기를 불러 모은 셈이다. LG가 올시즌 팬들과 한 약속은 '9년 만에 가을에 야구하는 것'이다. 손가락 경영의 힘이 그 꿈과 약속을 실현시킬 지 지켜볼 일이다.


'신바람 부활' LG, 다섯손가락의 비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손가락 경영론’이란


손가락 경영론은 ‘손’을 하나의 기업, 다섯 손가락을 조직의 각 구성원 또는 경영 전략의 핵심 포인트로 삼아 효율적인 매니지먼트에 이르게 하는 이론이다. 경제학 박사 노경원은 저서 ‘생각 3.0’에서 다섯손가락 기도법에 착안, ‘다섯손가락 아이디어 발상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엄지는 최고 경영자, 보스를 뜻한다. 가장 큰 책임감과 의무가 뒤따르는 우두머리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엄지는 다른 손가락과 협력해 쉽게 원을 그릴 수 있는 만큼 ‘화합’을 뜻하기도 한다. 검지는 방향과 지시, 전력을 의미한다. 기업과 조직이 올바른 길로 순항하기 위해선 검지가 가리키는 분명한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지는 구성원의 힘을 아우를 수 있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다. 약지는 가장 힘이 약한 손가락이다. 다섯손가락 기도법에서는 가장 힘이 약한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매니지먼트에서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힘을 말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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