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CJ그룹이 뿔났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이슈인 대한통운 인수전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삼성이 뛰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CJ 측은 심지어 삼성이 'CJ 죽이기'에 나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하며 법정 소송을 불사한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이 범삼성가 분쟁으로 번질 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자문사였다가 최근 계약을 해지한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함에 따라 자문사 계약을 해지한 삼성증권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면서 "삼성의 CJ 길들이기인지 죽이기인지 삼성의 의도에 대해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CJ 측은 삼성그룹의 이번 참여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그룹 측에서 모를 수가 없으며 자문사인 삼성증권에서 입찰 금액은 물론, 관련 정보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는 '도둑질'과 같은 행위라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대한통운 인수전 초기부터 CJ의 인수자문을 맡아왔었다.
CJ는 그동안 이재현 회장의 직접 주도 하에 이번 대한통운 인수에 그룹의 사활을 걸었었다. 하지만 삼성SDS가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불리는 포스코와 손잡으면서 포스코의 상대적 경쟁 우위가 높아지게 됐다. 소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씨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형제간으로 CJ 측은 같은 집안에 뒤통수를 맞은 모습이라 더욱 충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초 CJ와 포스코, 롯데와의 3파전이었던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이 범삼성가 간의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일 5시로 예정된 본입찰에 최종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확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우리가 써낼 수 있는 금액을 삼성 측에서 다 알게 됐는데 어떻게 쉽게 참여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자칫하면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입찰 참여 여부를 막판까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은 참여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수전 자체가 불공정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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