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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전 라이벌매치, 1995의 전설을 부활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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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전 라이벌매치, 1995의 전설을 부활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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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몸놀림과 슈팅 감각은 예전만 못했다. 피끓던 스무 살의 청춘도 어느덧 마흔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푸른 날갯짓과 붉은 포효가 있는 그곳에서 흘러간 세월은 무의미 했다. 코트의 시계는 정확히 1995년 그날을 가리키고 있었다.

'신촌 독수리' 연세대와 '안암 호랑이' 고려대가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XTM 라이벌 매치 1탄 Again 1995 고연전(연고전)'이란 타이틀을 걸고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 전 이벤트로 열린 연예인 농구단 시범 경기가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박진영, 김태우, 줄리엔 강, 마리오, 나윤권 등이 수준급의 농구 실력을 뽐냈다. 아마추어다운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연대 출신 박진영은 전반에만 3개의 파울을 범했고, 잦은 실책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체육관에 '날 떠나지마' '허니' 등 자신의 히트곡이 울려 퍼질 땐 쑥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곧이어 양팀 선수단의 입장. 16년 전 영웅들이 등장하자 경기장 분위기는 무섭게 달아올랐다. 특히 코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본 양교 학생들의 응원대결은 백미였다. 무아지경에 빠진 응원단의 노래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흥에 겨운 몸짓과 외침은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했다. 마치 1995년 농구대잔치 결승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친선전이란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연전 라이벌매치, 1995의 전설을 부활시키다


물론 기량까지 같진 않았다. 현역에서 물러난지 오래였다. 날렵했던 몸매를 자랑했던 김택훈과 석주일은 '아저씨'가 되어 있었고, '사랑의 3점 슈터' 정인교는 머리숱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전희철은 다리에 부상이 있었다. 3점슛 정확도는 확연히 떨어졌고, 손쉬운 골밑슛조차 종종 놓쳤다. 패스 미스도 잦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했다. 필사적이었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올스타전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없었다. 1쿼터 시작 5분 26초 만에 고대가 팀 파울에 걸릴 정도였다. 종종 심판 판정에 대한 격렬한 항의도 보였다. 벤치의 선수들도 시작부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 채 경기를 지켜봤다. 그만큼 경기는 치열했다.


16년 전 승자는 연대였지만 이날의 승리는 고대의 몫이었다. 감각이 먼저 살아난 쪽 역시 고대였다. 전희철과 양희승의 3점슛이 연달아 터진 덕에 9-1로 앞서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연대도 백주익-우지원을 앞세워 맞불을 놨다. 결국 1쿼터 종료 직전 18-22로 경기를 따라잡았다.


고연전 라이벌매치, 1995의 전설을 부활시키다


특히 '피터팬' 김병철은 이날 경기의 히어로였다. 경기 내내 과감한 돌파와 슈팅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며 연대 수비를 흔들어 놓았다. 특히 고비 때마다 3점포를 작렬시키며 연대에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노익장도 돋보였다. 고려대 최고령 선수인 김상식은 2쿼터 초반 투입되자마자 3점슛 포함 5점을 뽑아내며 29-22로 앞서나갔다. 연대도 '람보슈터' 문경은의 3점포로 추격을 시도했다. 이에 고대는 김병철은 바스켓 카운트와 양희승의 3점슛이 연달아 터뜨리며 42-31로 리드를 잡은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치열한 몸싸움과 공방전이 펼쳐졌다. 리바운드와 루즈볼 상황에서 몸을 날리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양희승-김병철이 내리 3점포를 꽂은 반면 연대는 우지원과 김택훈의 슈팅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결국 두 팀의 점수 차는 두자 리대로 벌어졌다.


고연전 라이벌매치, 1995의 전설을 부활시키다


그때, 이상민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예리한 돌파와 패스로 연대 공격을 이끌었다. 3쿼터 종료 직전에는 3점포까지 작렬시켰다. 그 순간 연대 응원단의 함성이 체육관을 무너뜨릴 기세로 폭발했다. 56-45로 연대가 추격권을 유지했다.


4쿼터 중반까지 두 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고대가 도망가는가 싶으면 연대가 다시 쫓아갔다. 경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종료 4분여를 남긴 상황. 이상민의 맹활약 속에 좁혀지지 않던 점수 차가 6점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고대에는 김병철이 있었다. 공격제한시간이 끝나는 순간 던진 3점슛이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번쩍 들어올린 손은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다. 이어 김지훈의 가로채기에 이은 레이업이 성공했다.


반면 연대는 쉬운 찬스를 놓치며 자멸했다. 자유투 성공률이 50%에 머물렀고, 우지원이 던진 수차례 3점슛은 좀처럼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72-60. 고대의 승리로 끝났다. 16년 전 농구대잔치 당시에 졌던 빚을 되갚는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를 울리는 부저와 함께 고대 선수들은 환호했다. 그렇다고 연대 선수들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격려했다.


고연전 라이벌매치, 1995의 전설을 부활시키다


이윽고 두 팀 선수들은 답례를 위해 직접 응원단상에 올라 모교 선후배들에게 함께 응원가를 불렀다. 재학 시절 추억과 그 시절의 열정이 그대로 되살아난 듯한 표정. '뜨거운 안녕'을 아쉬워하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선수들에게선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김병철은 "오랜만에 긴장과 흥분을 느낄 수 있어 기분 좋았다. 양팀 선수 모두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연습 때부터 서로간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나 역시 지고 싶지 않았다. 이번 경기가 농구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상민도 "재학시절 연고전은 중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경기였다. KBL 챔피언결정전이나 아시안게임도 치러봤지만 농구 선수로서 성장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기가 연고전이다. 오늘 뛰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1995년의 전설'은 그렇게 고스란히 부활해 있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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