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화 <풍산개>│개 조심! 이상한 개 한마리가 튀어나왔다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영화 <풍산개>│개 조심! 이상한 개 한마리가 튀어나왔다
AD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다. 풍산개가 그려진 북한 담배를 피우고 남한 오토바이를 타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이 글에서는 그냥 ‘풍산’이라 부르기로 하자. 서울에서 평양까지 단 3시간이면 왕복 가능,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부터 북한의 숨은 유물, 심지어 보고 싶은 사람까지, 운송품목 제한도 없는 상상 밖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풍산(윤계상)은 말하자면 남과 북을 오가는 심야 퀵서비스맨이다. 어느 날 그는 국정원 요원들로부터 망명한 전 북한 고위간부 김종수의 애인 순옥(김규리)을 남으로 데려와 달라는 요청을 접수한다. 어두운 밤, 풍산의 손에 이끌려 포복과 잠수, 도약으로 이어지는 고된 탈출에 성공한 순옥은 그 사이 말없고 거친 이 남자를 마음에 품는다.

3시간은 남북 도시왕복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겠지만, 남녀 감정왕복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셈이다. 좋은 옷과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시켜주고 “손 안대고 똥구멍도 닦는” 남한이지만 순옥에게 이곳은 창살 없는 감옥이다. 게다가 재회한 연인은 조국을 배신했다는 자책감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암살걱정에 신경쇠약직전의 노인이 되어있다. 특히 풍산에게로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눈치 챈 후 부터는 순옥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급기야 탈출과정에서 기절한 순옥을 풍산이 심폐소생술로 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질투에 사로잡힌 늙은이는 이렇게 따져 묻는다. “솔직히 말해! 키스야, 인공호흡이야?, 인공호흡이야, 키스야?”
<#10_LINE#>

영화 <풍산개>│개 조심! 이상한 개 한마리가 튀어나왔다


올해의 괴작, 이 개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영화 <풍산개>│개 조심! 이상한 개 한마리가 튀어나왔다


남과 북이 교배한 마지막 세대가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지금. 3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는 이 작은 땅덩어리는 지난 50여 년간 총잡은 자들의 키스인지 인공호흡인지 모르는 뒤엉김 속에 ‘풍산’이라는 변종의 생명체를 잉태했다. “남이야? 북이야?” 이름도, 출신도, 목소리도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급기야 ‘아사리 개판’으로 관객들을 질질 끌고 간다. 북파 행동대원들의 용맹한 수령님 앞의 결의도, 국정원 요원들의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의 맹세도 다 소용없다. 그 죽음의 링 안에서는 빨간 개도, 파란 개도 그저 살겠다고 날뛸 뿐이다. 영화 후반부, 역사의 진통을 잠시 잊을 만큼 묘한 쾌감을 안겨주는 이 장면은 웃으려야 웃을 수 없는 블랙코미디다. 빨간 깃발과 푸른 깃발 사이를 무한 왕복하던 무색의 개 한마리만이 분노에 찬 슬픈 눈으로 지켜볼 뿐.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풍산개>는 그의 문하생이자 영화 <아름답다>로 데뷔한 전재홍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물론 <풍산개>에는 여러모로 김기덕의 혈통이 느껴진다. <악어>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보았던 거친 맨살, <나쁜 남자>의 무식하고 강렬한 인상,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비몽>의 세계까지. 또한 <풍산개>가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순옥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김기덕의 초기작들이 그러했듯이 여성관객들의 따뜻한 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순옥과 풍산 그리고 김종수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기괴한 유머와 뜬금없는 로맨스, 매끄럽지 못한 대사들 사이에서 관객들은 종종 서성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기덕의 피는 2세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장르적 유전자를 장착했다. 그것이 개량인지 개악인지는 아직 확신 할 순 없다. 분명한 건 <풍산개>는 더 세고, 더 막가고, 급기야 더 재밌다는 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이상한 개 한마리가 충무로에 튀어나왔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백은하 기자 one@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